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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온통 아날로그뿐인 규제혁신, 미래산업이 안 보인다

정부가 17일 규제혁신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어 그간의 성과와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4개월에 걸쳐 세 차례나 되는 발표에도 관심을 끌 만한 인상적인 내용이 보이지 않는다. 수치와 장황한 항목들만 나열됐을 뿐, 알맹이가 없다.

이날 발표만 해도 그렇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민관 집중 논의를 통해 경제 규제 혁신과제 24건을 발굴했다”면서 “1조5000억원 이상의 기업 투자가 현장에서 신속하고 원활하게 집행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하나같이 굳이 규제개혁으로 포장해 성과물로 내놓아야 하는 일들인지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일부 지역의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해 옥상 주차장 설치를 허용하고 선박용품 적재허가 신청 시 운송차량번호 변경을 전산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특히 그렇다. 안전밸브 검사주기를 현행 1~4년에서 좀 줄여주겠다는 내용도 있다. 가축으로 인정되는 곤충의 범위에 동애등에, 메뚜기 등 사료용 곤충을 추가한다고도 했다. 이런 것으로 조 단위 개선효과가 과연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규제개혁 TF의 발표 내용이 속빈 강정처럼 보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온통 아날로그 감성뿐, 디지털과 미래산업 분야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세계는 4차 산업혁명의 회오리 속에 있다. 인공지능, 핀테크, 자율주행, 드론, 클라우드, 메타버스 등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생소하던 용어들이 미래산업의 대세다. 유니콘 스타트업은 모두 이 분야들에서 나왔다. 사업 영역 파괴와 이업종 간 협업은 비즈니스세계의 가장 큰 물결이다. AI와 로보틱스기술을 결합한 드론배송 시스템이 만들어지는 세상이다. 그런데 세 차례나 열린 회의에도 이 산업들과 관련된 규제개혁 과제는 찾기 어렵다. 기껏 나오는 게 수소 전문기업의 확인 기준을 낮추고 반도체공장의 비상구 설치 기준을 완화하겠다는 것 정도다.

윤석열 정부가 가장 역점을 둬 추진하는 정책 중 하나가 규제개혁이다. 어려운 시기에 경제활력을 불어넣는 데 이만큼 시의적절한 정책도 없다. 하지만 앞으로 한국 경제를 먹여살릴 미래산업과 관련된 규제개혁들이 더 적극적으로 진행되지 않는다면 이번에도 역대 정부처럼 구호만 난무하는 결과가 될 게 뻔하다. 각종 규제에 묶여 4차 산업혁명의 블루오션으로 날아오르지 못하는 기업들은 한둘이 아니다. 모빌리티 혁명의 새 물결을 거부하다 택시대란을 맞은 게 우리 아닌가.

산업과 기술의 발전에 정책의 방향과 속도를 맞추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규제개혁이다. 민간 주도의 경제성장을 표방하는 정부라면 더욱 그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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