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가 유연해졌다. 택시산업에 고루한 이미지가 덧씌워진 이유가 날 때부터 혁신을 싫어하는 사람들만 모였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따져보면 경직적인 제도 탓이었다. 가격(요금)과 수량(면허대수) 모두 강한 통제를 받아온 탓에 시장 스스로 새로운 시도를 할 이유가 없었다. 서비스가 차별화돼도 수입의 차이가 없고, 1시간에 태울 수 있는 승객이 2명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혁신의 유인을 찾기는 어려웠다. 오랜 기간 택시산업은 그렇게 흘러왔다. 세상은 빠르게 달라졌고, 택시산업은 변화에 적응하는 힘을 잃어버렸다. 기사들이 떠난 표면적 이유는 부족한 처우지만 회복하는 힘을 잃어버린 시장에 기대할 것이 돈밖에 없다는 점에 문제의 근원이 있다.
지난 4일, 국토부의 ‘심야택시난 완화대책’은 시장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제도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탄력호출료의 도입과 부제 해제 그리고 법인택시 리스제(심야시간)가 가능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 점이 대표적이다. 무엇보다 가격과 수량에 유연성을 확보했다. 경쟁의 유인을 제공한 것이다. 개인택시든, 법인택시든 원하는 시간에 자유롭게 근무할 수 있게 규제를 완화한 동시에 플랫폼 택시 유형별 최대 5000 원까지 심야시간 호출료를 탄력 적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시장참여자의 경제적 유인이 수요-공급의 문제해결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설계된 제도다.
한편 이번 대책은 국토부의 권한인 플랫폼 택시 호출료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플랫폼 경쟁을 통한 문제해결을 기대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경쟁 플랫폼보다 낮은 호출료로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고, 차별화된 서비스로 경쟁할 수도 있다. 개편안에서 사전확정 요금제, 예약제, 구독요금제 등이 언급된 이유다. 선택은 시장의 몫이지만 지금처럼 네트워크 효과에 기댄 중개효율만으로는 소비자에게 높은 호출료 부과의 이유를 이해시킬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요금 측면에서 더 많은 유연성이 확보되지 못한 부분은 아쉽다. 기본요금에도 탄력적인 요소가 반영돼야 한다. 지자체와의 협력이 필요한 일이다. 한편 플랫폼 운송사업(Type 1) 활성화가 우버·타다 도입으로 단순화돼 언급되는 점도 아쉽다. 비(非)택시의 도입은 공급증가가 아닌 경쟁활성화 관점에서 논의돼야 한다. 제도의 유연성 확보에도 경쟁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비택시를 활용한 경쟁 촉진도 고려해볼 수 있다. 하지만 유연성이 충분히 확보되었는지 살펴보는 것이 먼저다. 시장 중심의 문제해결 관점에서 적절한 공급은 경쟁의 결과이지, 그 자체가 제도의 목적일 수는 없다.
이번 대책을 두고 그 효과성에 대한 의견이 다양하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정부가 문제해결을 위한 정답을 맞혔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택시산업 스스로 확보된 유연성을 최대한 활용해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시장은 누군가가 숨겨놓은 보물이 아니다. 참여자들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시장이 어떻게 행동하는가에 따라 이번 대책이 정답이 될 수도, 오답이 될 수도 있다. 플랫폼 기업, 운수종사자, 법인택시 회사 모두가 각자의 역할을 통해 보여줄 차례다. 택시시장의 빠른 회복을 위해 필요한 것은 택시 스스로 달라질 수 있다는 자신감임을 기억해야 할 때다.
김동영 KDI 전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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