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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대세가 된 ‘집값 폭락론’

‘금리’가 부동산시장의 모든 이슈는 빨아들이는 분위기다. 주택시장에 대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보단 이창용 한은 총재의 입에 더 관심이 집중된다. 이 총재는 지난 12일 기준금리를 2.5%에서 3.0%로 올리면서 “금리가 올랐으니 (부동산 가격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직접적으로 경고했다. 한은 총재가 부동산시장에 대해 대놓고 ‘하락 전망’을 내놓은 건 이례적이다.

유명한 경제전문 유튜브 방송에선 이를 ‘한국은행이 내놓은 부동산 매도 의견’이라고 해석했다. 요즘 목소리를 높이는 부동산 전문가들은 온통 집값 폭락론자 뿐이다. 이들 주장은 점점 더 선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집값 대폭락 가능성’ ‘부동산 하락에 생지옥 도래한다’처럼 ‘대폭락’ ‘생지옥’을 운운하거나, 이젠 ‘실거주한 채도 팔아라’고까지 하고 있다.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분위기가 달랐다. 헤럴드경제가 1년 전인 2021년 10월 20일 부동산전문가 30명을 대상으로 ‘주택시장 전망’ 설문조사를 했을 당시 서울 집값 상승을 전망한 사람이 70%(22명)가 넘었다. 집값이 오른다던 전문가들은 1년 사이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일단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건 주택 거래가 역대 최저라는 사실이다. 올 1~8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9221건)은 동기 기준 역대 가장 적었다. 월간 기준 1000건 밑으로 떨어진 건 올 7월(644건)과 8월(673건)이 처음이다. 지금 추세면 9월과 10월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 ‘역대급 거래절벽’ 상황에 대한 해석에서 집값 전망은 갈린다. 집값 폭락론자들은 집값이 본격적으로 하락하기 전에 나타나는 전조라고 분석한다. ‘금리인상-거래위축-집값 하락’ 시나리오다.

반면 곧 반등할 것으로 전망하는 사람들은 거래량이 없다는 것을 정부가 억지로 눌러 놓았기 때문으로 판단한다. 사려는 사람은 여전한데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규제완화로 집을 사려는 사람이나 팔려는 사람들이 좀 더 자유로워지면 언제든 뛸 수 있다고 본다.

어느 쪽이 더 진실에 가까울까? 둘 다 허점이 있다. 대세가 된 집값 폭락론의 시나리오만 봐도 그렇다. 역사적으로 금리인상기 거래량이 늘고 집값이 오르는 경우가 더 많았다. 예컨대 금리가 계속 올랐던 2006~2007년 2년간 서울 아파트 월평균 거래량은 5000건에 육박했다.

반면 시장 거래량이 정상적으로 유지되면서 집값이 떨어지는 시기도 있었다. 2006년 이후 지금까지 서울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떨어졌던 해인 2012년 아파트 거래량은 월평균 3425건이나 됐다. 지금과 비교하면 다섯 배 수준이나 많다. 전문가들은 이때가 진짜 하락기였다고 평가한다. 지금이 과연 이 시기와 비슷할까.

지금도 규제가 풀리면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많은 게 사실이다. 국토연구원이 매월 조사하는 ‘9월 부동산시장소비심리지수’에서 서울 일반가구를 대상으로 주택구입 계획을 물었을 때 ‘12개월 이후’라고 답한 사람은 80.7%나 됐다. 당장은 불안해 사지 않지만 앞으론 사고 싶다는 거다. 그러니 정부도 아직 쉽게 본격적으로 규제를 풀지 못하는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아무리 봐도 지금 상황에서 한은 총재가 집값 폭락을 기정사실화한 건 그래서 잘못됐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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