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최측근으로 알려진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자금 수수 의혹 파장이 확산일로다. 이 대표가 20일 밤 SNS에 ‘어떤 말이 진실일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김 부원장의 혐의를 사실상 부인했다. 급기야 사태가 검찰과 이 대표 간 피할 수 없는 진실게임이 되고 있는 것이다. 진실이 가려지면 누가 됐든 한쪽은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검찰도 물러날 곳이 없다. 오직 법리와 증거에 따른 공정하고 투명한 수사로 실체를 밝혀야 할 것이다.
검찰은 김 부원장이 받은 돈이 이 대표의 대선 경선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번 사건이 강한 폭발력을 지닌 이유다.
검찰이 적시한 수뢰 정황은 상당히 구체적이다. 김 부원장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에게 대선준비자금 20억원이 필요하다는 요지의 얘기를 했고, 유씨는 대장동 사업자인 남욱 변호사에게 이 돈을 요청해 대부분 전달했다는 것이다. 또 유원홀딩스 사무실 등 돈을 주고 받은 장소도 비교적 자세히 제시했다. 이러한 내용은 유 전 사장직대와 남 변호사의 일치된 진술이라고 한다. 법원이 체포와 압수수색 영장을 동시에 발부해준 것은 어느 정도 혐의가 인정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단 1원의 불법자금도 받지 않았다”며 포문을 연 이 대표의 반격도 속도를 더하고 있다. 이 대표가 이날 밤늦게 SNS에 올린 것은 1년 전 남 변호사가 JTBC와 인터뷰한 영상이다. 이 영상에는 “내가 아는, 12년 동안 내가 그 사람(이재명 대표)을 지켜보면서 얼마나 많이 해왔겠어요. 아유, 씨알도 안 먹혀요”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대표는 남 변호사의 실제 발언과 검찰의 주장 중 무엇이 진실이겠느냐고 되묻는 방식으로 무고함을 강조했다. 앞서 이날 이 대표는 “조작으로 야당을 탄압하고 정권을 유지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강하게 검찰을 비판했다.
야당 대표에 대한 수사, 특히 대선자금과 관련한 의혹은 정치적 논란이 커지게 마련이다. 이를 불식시킬 수 있는 것은 중립적이고 엄정한 수사뿐이다. 더욱이 이 대표는 민주당의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다. 만에 하나 수사 진행에 정략적 의도가 조금이라도 개입된다면 검찰은 더 이상 설 곳이 없다. 검찰의 명운을 걸고 국민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수사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이 대표와 민주당도 무작정 ‘정치탄압’으로 몰아가선 안 된다. 진행 중인 국정감사에 충실히 임하며 검찰 수사를 차분히 지켜보고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는 게 책임감 있는 공당의 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