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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재수와 포기’ 만연한 대졸자 취업시장 이대로는 안 된다

4년제 대학 졸업(예정자 포함)생 10명 중 7명 가까이가 ‘사실상 구직 단념 상태’라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설문조사 결과는 충격 그 이상이다.

23일 발표된 전경련 조사( 2022년 대학생 취업 인식도 조사, 2469명 대상)를 보면 응답자의 26.7%는 구직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쉬고 있음”도 7.3%나 된다. 게다가 31.8%는 구직활동을 ‘의례적’으로 하고 있을 뿐이다. 직장 구하기를 사실상 ‘단념’한 응답자 비율이 무려 65.8%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런 청년들의 구직 단념 이유중 절반 가까이(49.5%)가 “자신의 역량, 기술, 지식이 부족해 더 준비하기 위해서”라는 점이다. 취업에서도 재수를 필수로 볼 뿐 아직 ‘포기’까지는 아닌 셈이다. 하지만 반대로 절반을 넘는 청년들은 전공 또는 관심 분야에서 적합한 임금 수준이나 근로조건을 갖춘 일자리가 부족해서 노력해봐야 성과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포기에 가깝다.

이상한 건 지표와 현실이다. 괴리감이 너무 크다. 청년 실업률이 높아 문제라지만 그래봐야 5.4%(8월 기준)다. 그중에 특히 대졸 이상의 실업률은 2.1%에 불과하다. 점점 낮아지긴 하지만 최근에 특별히 떨어진 것도 아니다. 지표상으로는 거의 완전 고용에 가까운 꿈의 수치다. 대졸 이상 실업자는 30만명 남짓이다. 4년제 대학 한 해 졸업생 수와 엇비슷하다. 그런데도 4년제 대학 졸업생들 사이에선 취업 재수와 포기가 만연한게 현실이다.

이유는 추측 가능하다. 2년제 전문대 이상 졸업생들이 고용률을 한껏 끌어올려 실업률을 떠받쳤을 수 있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다. 오히려 현재 구직을 단념했던 4년제 대졸자들도 해를 넘겨 결국 취업을 한다고 보는 게 설득력 있다. 취업재수를 버티지 못하고 떠밀려 취업전선에 들어선다는 얘기다. 질 좋은, 맘에 맞는 직장일 리 없다. 중소기업을 위한다며 실시했던 ‘청년내일채움공제’가 가입 기간 종료후 무더기 퇴사로 오히려 인력난을 가중시킨 사례가 그 방증이다. 고학력 청년들의 취업난이 불러오는 부작용도 적지 않다. 최근 알코올중독 입원환자의 10명 중 1.5명이 청년층이란 조사결과가 나올 정도다.

고학력 청년들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그건 민간에서 나온다. 기업에 신입사원이나 단기 인턴들을 더 많이 뽑으라는 요구는 근본 해결 방안이 아니다. 경험으로 다 안다. 경기가 침체기로 접어들땐 더욱 그렇다.

결국 방안은 기업 활력에서 찾아야 한다. 그러려면 돌파구는 규제개혁 하나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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