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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탄소중립 ‘벌’이 아니라 ‘벌이’가 되게 하라

요즘 기업 보도자료에 자주 등장하는 키워드는 ‘탄소중립’이다. 이는 이산화탄소 배출량만큼 흡수량을 맞춰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최근 흐름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과도 맞물린다.

대한상의 회장 겸 SK그룹 회장인 최태원 회장은 ESG 확산에 열심이다. 그는 지난 13일 SK이노베이션 창립 60주년 때 이를 쉽게 풀어냈다. SK이노베이션이 그동안 배출해 왔던 탄소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을 ‘E(환경)’,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중시하면서 ‘인간 위주의 경영’을 펼치는 것을 ‘S(사회)’, 동반자적 협업 관계가 구축되는 것을 ‘G(지배구조)’로 정의했다. 같은 날 SK이노베이션은 ‘올 타임 넷제로(All Time Net Zero)’ 비전을 선보였다. 말 그대로 모든 시간 동안의 탄소중립이다. 100주년인 2062년에, 설립 후 배출해온 탄소까지도 상쇄하겠다는 의미다. 애초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넘어선 파격적인 선언이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달 혁신기술을 통해 기후위기 극복에 동참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신환경경영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1992년 ‘삼성 환경선언’ 이후 30년 만이다. 현대차그룹도 지난해 국제사회 약속인 ‘2050년 탄소중립’보다 5년 앞선 ‘2045년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기업이 이처럼 탄소와의 전쟁을 펼치는 이유는 뭘까.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은 거스를 수 없는 ‘뉴노멀(새로운 기준)’이 됐기 때문이다. 이를 실천하지 않고는 갈수록 기업경영을 하기 어려워진다.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추진 중인 탄소국경조정세는 큰 무역장벽이 될 수 있다. 미국·유럽·중국·일본 등도 경쟁적으로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있다.

탄소중립이 경제문제로 부상하면서 기업도 중요한 경영전략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 과거처럼 환경규제 회피를 위한 추가비용으로 인식하기보다는, 기회의 측면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의 탄소중립 선언이 가시화되려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정책적 환경도 마련돼야 한다. 비용부담이 커지면 이익창출이 필요한 기업들로선 머뭇거릴 수밖에 없다. 기업으로부터 탄소중립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한 정부의 명확한 정책 시그널과 함께 세제·금융지원, 핵심 감축기술 투자에 대한 수익보장제도 등 인센티브 확대가 필요하다.

아울러 배출권거래시장과 전력시장을 정상화해 적정한 탄소가격과 전기요금을 통해 사회 전체의 탄소감축, 전기절약, 탄소중립 기술 확산을 유도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한국 기업의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가입이 늘고 있지만 정작 쓸 재생에너지가 없거나 너무 비싼 것 또한 현실이다. 아울러 관련 법제도 정비와 여러 부처에 산재된 법령일원화도 필요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 세계 탄소중립 투자 규모가 2030년에 5조달러(약 6900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본다. 탄소중립은 위기이자 기회다. 정부는 기업이 자발적으로 탄소중립에 나서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규제를 통한 채찍보다는 인센티브 같은 당근이 더 효과적이다. 탄소중립이 ‘벌’이 아니라 ‘벌이’가 되게 해야 기업은 더욱 신나게 움직일 것이다.

happyd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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