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금리 상승과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자금시장 경색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 금융시장 부실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레고랜드 사태로 부동산 개발 사업자들이 단기 자금 확보에 애를 먹고 있는 데다 부동산경기 하강에 따른 대규모 미분양으로 유동성 위기에 처한 개발업체나 건설사들이 크게 늘고 있다. 레고랜드 사태도 ‘부동산 시행업체→PF 대출→금융업체 수익’으로 이어지는 순환 고리에 문제가 생기면서 그 파장이 자금시장 전체로 확산됐다는 점에서 부실 확산 막을 선제 대응의 시급성이 커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체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2012년 37조5000억원에서 지난 6월 말 기준 112조2000억원으로 세 배로 늘었다. 이 가운데 2금융권(보험사+여신전문회사+증권사)의 PF 대출은 73조3000억원에 달한다. 위험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은행이 몸을 사리는 틈을 비은행권이 파고들었다. 2012년 13% 수준이었던 보험사의 PF 대출 비중은 10년 만에 38%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카드 캐피털 등 여전전문회사가 차지하는 비중도 7.4%에서 23.7%로 뛰었다.
특히 중소 증권사일수록 PF 의존도가 높다. 하이투자증권의 경우, 부동산 PF 신용공여가 1조2188억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86.2%에 달한다. 연체율도 상대적으로 높다. 지난 1분기 증권사의 PF 대출 연체율은 4.7%로 지난 2019년 말(1.3%)과 비교해 세 배 넘게 뛰었다.
정부가 레고랜드 사태 대책으로 내놓은 ‘50조원+알파’의 큰 줄기는 회사채와 CP를 직접 사주는 것과, 부동산PF 등에 돈이 묶인 증권사에 급한 돈을 빌려주는 것이다. 문제는 회사채와 CP를 사줄 돈을 마련하는 방법이다. 정부는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 총 83개 금융기관에서 갹출해 2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 안정펀드’를 꾸린다는 것인데, 펀드를 꾸릴 때 각 금융사가 돈을 마련하려면 결국 채권을 발행해 조달해야 한다는 데 맹점이 있다. 요청이 있을 때마다 자금을 지원하는 ‘캐피털 콜’ 방식인데, 정작 이 콜에 응해야 하는 회사들이 현재 자금 지원이 필요한 곳들이라는 점이 문제다. 정부의 긴급대책에도 AAA등급의 한국가스공사 2년물이 유찰되는 등 채권시장이 살얼음판을 걷는 이유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포함한 실효적 해법으로 시장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미국발 고금리에 따른 불가항력의 ‘돈맥경화’로 일시적 유동성에 빠진 기업에 자금을 공급해주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고위험 고수익을 좇다 ‘손실 사회화’로 연명하는 기업에 대한 페널티를 병행해야 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