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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불황위기를 ‘뉴삼성’ 출발점으로 선택한 이재용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7일 회장직에 올랐다. 부친 이건희 회장 별세 후 2년 만이고, 부회장이 된 지는 10년 만이다. 결코 짧지 않은 기간이다.

그가 삼성전자 이사회 개최일을 회장 승진일로 선택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이날 삼성전자는 영업이익이 31.39%나 줄어든 3분기 실적을 이사회에서 확정한 후 발표했다. 불황과 위기 징후가 실적으로 나타난 날 회장에 취임한 것이다. 선친 이건희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게 2014년이다. 실질적인 삼성의 수장 역할은 이미 6년이 넘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그룹 동일인으로 지정한 것도 벌써 4년 전이다. 그사이 한화그룹과의 대형 M&A(인수·합병) 등 굵직한 계열사 변화도 있었다.

결국 그의 회장 승진은 형식보다 취지에 방점이 주어진다. 별다른 취임행사도 없는 이유다. ‘파도가 높을 때 선장으로 승선한다’는 의지의 표현이 더욱 중요했다는 얘기다. 그건 곧 책임경영을 의미한다. 취임 후 첫 행보로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을 찾은 것도 책임 있는 현장경영의 일환이다.

승승장구하던 일본 기업은 1980년대 명성을 잃어간다. 그에 비해 한국 기업은 계속 상승 기류를 타고 있다. 대기업에서 특히 더하다. 많은 이가 그 원인을 오너 책임경영의 차이에서 찾는다. 오너의 영향력이 거의 없거나 경영진 중 한 명에 불과한 일본의 경우 의사결정이 느리고 책임소재도 불분명하다. 하루가 다른 기술경쟁의 시대를 쫓아가기 어렵다. 반면 한국 대기업은 오너의 결심이 많은 것을 결정한다. 대신 거의 무한책임에 가깝다. 부도위기에 몰리면 오너의 전 재산을 거는 게 한국이다.

비록 형식에 불과할지라도 ‘뉴삼성’을 만들어갈 새로운 시대의 출발점으로 그의 회장 취임은 의미가 작지 않다.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삼성의 위상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직함이 달라지면 많은 것이 변하는 것도 사실이다. 거기에 중요한 것이 등기이사 등재다. 이 회장은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관련 사건으로 현재 미등기 경영 상태다. 등기이사는 책임경영의 상징이다. 하루빨리 등재를 추진해야 할 일이다. 그래야 명실상부한 책임경영의 모양이 갖춰진다.

그에겐 풀어야 할 과제가 산더미다. 반도체의 초격차 기술을 유지하는 동시에 새로운 미래 먹거리도 찾아야 한다. 선대 이병철 회장의 시대가 창업이라면, 이건희 회장은 도약의 시대였다. 부친의 병석 와중에 그가 부회장으로 이끌어온 수성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4세 경영 포기를 선언한 마당이니 이재용의 시대는 마지막 오너 경영이다. 무엇으로 어떻게 만들어 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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