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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의 화식열전] 결국 파산한 FTX 사태 총정리…고객 돈 맘대로 쓴 코인거래소
파생상품 등에 투자하며
계열사 고객자금 유용해
코인런 유발…시장 충격
무법·무규제 위험 드러나

가상자산 생태계의 기린아로 불리는 샘 뱅크먼-프라이드(SBF)의 FTX가 결국 파산하면서 전세계 금융시장을 긴장시키고 있다. 그 동안 가상자산 생태계에서 가장 안전하다고 여겼던 ‘거래소’에서 고객자산 유용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거래소가 고객 자산을 안전하고 투명하게 보관하도록 강제하는 확실한 장치가 필요해졌다.

▶무리한 투자에 돈 궁해진 FTX=이번 사태의 진앙지는 FTX그룹내 투자회사인 알라메다다. 퀀트 트레이더 출신인 SBF는 알라메라를 통해 가상자산 관련 파생상품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왔다. 미국에서 코인을 사서 값이 더 비싼 다른 나라에서 파는 차익거래도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긴축 이후 가상자산 가격 급락으로 경영이 어려워진 생태계 내 업체들에도 적극적으로 대출을 해주거나 투자를 해왔다. 싼 값에 생태계 내 영향력을 높이려는 시도라는 평가가 나왔다.

문제는 알라메다의 투자재원이다. 차입으로 투자원금을 불리는 파생상품의 특성상 자산가격이 오르면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반대로 금리가 올라 자산가격이 하락하면서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 있다. 글로벌 긴축으로 자산가격이 하락하면서 막대한 손실을 입으며 자금부족에 처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알라메다가 FTX 고객 돈까지 손을 덴 부분이다.

▶결국 거래소 고객 돈에 손을 대다(?)=월스트리트저널(WSJ)은 FTX가 알라메다에 100억 달러 상당의 고객 돈을 빌려줬다고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SBF가 최근 투자자 모임에서 알라메다가 FTX에 약 100억 달러를 빌렸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자금의 출처는 FTX 고객이 거래를 위해 맡긴 돈이며, 이 같은 의사결정은 SBF가 내렸다는 게 이 관계자의 전언이다. FTX가 보유한 고객자산은 약 160억 달러였는데, 이 가운데 절 반 이상을 계열사에 부당지원 한 것이다. 알라메라는 FTX의 100억 달러 외에도 15억 달러의 자금을 외부에서 차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깨비 방망이 된 코인발행=가상자산거래소인 FTX가 어떻게 160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현금을 보유할 수 있을까? FTX는 투자자들의 거래 편의를 위해 FTT라는 코인을 발행한다. 이 코인을 활용해 가상자산을 거래하면 수수료와 스테이킹에서 혜택을 준다. FTX는 FTT의 발행과 소각을 통해 가치를 유지한다. 거래하는 가격이 오르면 각종 혜택도 커지는 만큼 FTT 가치도 오를 수 있다.

▶거래소 코인런, 현실이 되다=알라메다가 투자·대출금을 제대로 회수하지 못하면 돈을 빌려준 곳들도 막대한 손실을 입는다. 알라메다와 연결고리를 감안하면 FTX 고객들이 경쟁적으로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은 당연한 반응이다. FTX는 고객에 돌려준 돈을 유용했으니 자금이 부족해졌고 결국 인출 중단을 피할 수 없었다. FTX 초기 투자자인 바이낸스의 자오창펑이 FTT를 매각하기로 한 것도 이 같은 사정을 파악한 결과로 보인다. SBF는 지난 7일까지 이 같은 사실을 부인했었다.

국내에서도 가상자산거래소들은 막대한 고객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예치금 형태로 인출제한 계좌로 관리하고 있다지만 발생하는 이자 등을 거래소들이 자사 이익으로 처리하면서 한때 논란이 일었다. 전통 금융회사들은 예금보호장치나 외부 위탁 등으로 고객자산을 보호하고 있지만 가상자산거래소에는 이런 장치들이 없다. 고객자산을 거래소 임의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 현재 가상자산거래소를 규제하는 법율은 자금세탁 방지를 위해 실명확인 등의 의무를 부여하는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뿐이다.

▶유사시 누가 나서나…드러난 탈중앙의 허점=FTX는 외부로부터 구제금융을 모색헸지만 결국 실패했디. 고객 신뢰를 잃은 FTX에 선뜻 돈을 내 줄 투자자는 없었다. 업계 1위 바이낸스마저 포기했다. FTX가 파산 절차에 들어가며 엄청난 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된다.

이번 사태는 거래소의 투명성 문제와 함께, 생태계 내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거래소가 무너졌을 경우 어떻게 연쇄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을 지에 대한 고민을 던져준다. 유사시 중앙은행이 최종 대부자로서의 역할을 하는 전통 금융시스템과 달리 정부에 의한 규제를 지양하는 가상자산 생태계에서는 이 같은 역할을 할 주체가 없기 때문이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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