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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안전진단 문턱 낮춘 재건축, 규제완화 이어져야 효과

정부가 분양가상한제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에 이어 아파트 재건축의 마지막 퍼즐인 안전 진단의 문턱을 낮추는 개선안을 8일 발표했다.

노후 아파트 재건축을 위해 안전 진단을 받을 때 구조 안전성 배점비율을 50%에서 30%로 낮추고 대신 주거환경과 설비 노후도 평가비율은 40%에서 60%로 높인 게 골자다. 1차와 2차로 나눠놨던 안전 진단 평가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한 번만 하도록 해 사업기간도 줄 게 됐다. 철근과 콘크리트 등 아파트 뼈대는 쓸 만해도 주차장 부족이나 녹물 수도 배관, 층간소음 때문에 생활에 불편함이 크다면 재건축에 들어갈 수 있다는 뜻이다. 재건축의 첫 관문과도 같은 안전 진단 기준 완화로 서울 목동과 상계동 등 서울 389개단지 30만가구의 노후 아파트들의 재건축사업에 탄력이 붙게 됐다.

그간 역대 정부는 구조안전성 비중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재건축 규제를 풀거나 강화했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던 문재인 정부는 2018년 3월 재건축시장 과열을 막겠다며 안전 진단 때 구조 안전성 비율을 20%에서 50%로 급격히 올렸다. 이후 전국에서 신규 재건축 추진이 사실상 중단됐다. 주민은 녹물이 나오고, 건물 곳곳이 갈라지고 차댈 곳이 없다고 하소연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집값 불안의 불씨가 되는 인허가 등을 풀어주려면 부동산시장이 상승세를 타고 있을 때보다 지금과 같이 하락세를 보일 때가 여러모로 낫다. 집값을 크게 자극하지 않으면서 냉각된 부동산시장의 경착륙을 막고 시장 기능을 정상화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될 수 있어서다.

많은 국민이 도심 내에 출퇴근이 용이하고, 편리한 인프라를 갖춘 집에서 살기를 원한다. 그런데 도심에는 빈 땅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양질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수단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재건축은 도심 내 주요 입지에 신축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핵심이다. 주택시장 침체기에 공급을 줄여야 한다는 반론도 있지만 집이 누구 말처럼 ‘빵처럼 뚝딱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므로 중장기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 주택 공급의 씨를 많이 뿌려놔야 집값이 다시 오를 때를 대비할 수 있다.

재건축의 큰 걸림돌 하나가 치워졌지만 이것 하나로 ‘고금리’ 직격탄을 맞은 부동산시장의 냉기를 걷어내기는 역부족이다. 재건축 활성화의 관건인 분양가상한제와 재초환에서도 과감한 추가 규제 완화가 이어져야 비로소 정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전후방 산업 연관 효과가 큰 주택 건설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되면 고용과 내수시장에도 심대한 타격이 가해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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