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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의 화식열전] 반토막 난 테슬라…머스크와 CEO 리스크
특유의 도전정신→독선
반전의 경영능력→자만
내부지분 높은 지배구조
전기·자율주행차 경쟁 치열
1인 리더십 ‘양날의 칼’될수

“요(瑤)는 보통 사람 보다 다섯가지 뛰어난 점이 있습니다. 외모가 아름답고 무예가 뛰어나며 여러 잡기에 능하며 과감한 결단성과 교묘한 지혜까지 갖췄습니다. 이 같은 장점으로 많은 사람들을 거느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욕심이 많은 단 하나의 결점 탓에 세상의 지탄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가 가문의 대(代)를 잇는다면 우리 일족은 반드시 멸망하고 말 것입니다”

춘추시대 초강대국 진(晋)은 군주의 권한이 점차 약해져 말기에는 지(知), 조(趙), 한(韓), 위(魏) 네 곳의 유력 가문이 나라를 쪼개어 갖는다. 가장 강력한 지씨 집안의 수장 지갑(知甲)이 후계자로 차남인 지요(知瑤)를 지명하자 일족 중에 지과(知果)라는 사람이 이를 반대하면서 한 말이다.

가문을 이끌게 된 지요는 조·한·위 세 집안의 땅을 무리해서 빼앗으려다 죽임을 당한다. 지 씨 일족도 멸망한다. 생존자는 일찌감치 보(輔) 씨로 성을 바꾼 지과 뿐이었다. 장점이 많으면 그만큼 모든 일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만큼 장점에 가려 단점에 대한 대비를 소홀히 할 수 있다. 재능이 뛰어나거나 세력이 크면 다른 이들을 무시하거나 깔보기 쉽다.

“입은 재앙이 불러 들이는 문이고 혀는 몸을 자르는 칼이다(口禍之門 舌斬身刀).”

당(唐) 멸망 후 5대10국의 난세(亂世)에 30년에 걸쳐 5개 왕조에서 11명의 황제를 섬긴, ‘처세의 달인’ 풍도(馮道)라는 사람이 남긴 말이다. 숱한 말조심 관련 격언 가운데 가장 살벌한 표현이다.

“닭에게 새벽을 알리게 하고 고양이에게 쥐를 잡게 하라. 신하들이 각자의 능력을 발휘하면 군주는 무사하다. 군주가 스스로의 재능을 자랑하면 아랫사람이 속이려 들게 된다”

(使鷄司夜 令狸執鼠 皆用其能 上乃無事 上有所長 事乃不方 矜而好能 下之所欺)

군주의 처신을 가르치는 한비자(韓非子) 양권(揚權) 편의 한 구절이다. 군주, 즉 최고경영자(CEO)의 덕목은 적어도 겉으로는 늘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있는 것(素無爲)’이라는 게 한비자의 가르침이다.

테슬라 주가가 연일 곤두박질이다. 한때 1조 달러를 넘었던 시가총액은 5000억 달러 아래로 추락했다. 트위터를 인수한 일론 머스크의 발언과 행보 때문이다. 주주들은 머스크가 트위터에만 열중해 테슬라가 처한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소홀하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페이팔, 테슬라, 스페이스엑스 등에서 보여준 머스크의 능력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그의 기행도 트위터에 대한 세상의 관심을 높이고 테슬라가 더 많은 자사주를 싼 값에 사들이게 하려는 고도의 계산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발언을 자세히 보면 특유의 도전정신은 점차 독선으로 변하고, 반전을 성공시킨 경영능력은 자만으로 바뀌는 게 아닌지 우려하게 한다. 과거 가상자산 관련 발언으로 시장을 떠들썩하게 했지만 그래도 당시엔 테슬라에 대한 경영집중까지 흔들리지는 않았다.

투자에 있어 중요한 요소 가운데 CEO의 비중은 상당하다. 특히 머스크의 테슬라 지분율은 14%가 넘는다. 내부지분율이 유난히 높다. 포드의 내부지분율은 2%에 불과하고, GM은 자사주로 12.5%를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머스크의 결정이 회사 경영을 좌우하는 지배구조다.

국내에서도 테슬라에 투자한 이들이 상당하다. 투자판단의 핵심은 테슬라의 전기차와 자율주행차가 시장지배적 위치를 계속 유지할 지다. 기존 완성차 업체들은 물론 구글, 애플 등 거대 IT기업들도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머스크가 쟁쟁한 경쟁자들을 압도할 능력을 보여줄 지 냉정히 판단해 볼 때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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