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울진 신한울 1호기가 착공 12년 만에 가동을 시작했다. 애초 2017년 상업운전을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경주 지진,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정책 등으로 5년간 가시밭길을 걸어야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탈원전으로 움츠렸던 우리 원전산업이 활력을 띠고 다시 도약할 것”이라고 했다. 직전 정부의 탈원전은 우리가 반세기 동안 피땀 흘려 이룩한 원전강국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무위로 돌리는 자해극이란 비판이 많았다. 신한울 1호기 가동은 망가진 원전생태계의 복원과 원전강국 재건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내 27번째 원전인 신한울 1호기는 원전 핵심 기술로 꼽히는 원자로 냉각재펌프(RCP)와 원전계측제어 시스템(MMIS)을 국산화한 최초의 원전(APR 1400)이다. 값비싼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소 대신 원전을 돌리면 무역적자 감소 효과도 연간 25억5000만달러(약 3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우크라이나전쟁 여파로 수입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우리 무역수지 적자폭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고무적이다. 올해 40조원 손실이 예상될 정도로 적자늪에 빠진 한국전력의 부실에 값싼 전력원의 공백이 한몫했다는 점에서 원전 가세는 다행스럽다. 내년 9월 완공 목표인 신한울 2호기, 2024~2025년 준공 예정인 신고리 5·6호기 등의 원활한 진행으로 중장기 안정적 전기 공급원을 확보해야 한다..
우리가 탈원전으로 주춤하는 사이 글로벌 원전 시장은 러시아와 중국이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수주를 휩쓸어왔다. 그러나 미국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견제 분위기가 형성됐고 유럽에서 한국형 원전의 경제성이 부각되고 있다. 한국형 원전의 kW당 건설단가는 3571달러로, 프랑스(7931달러)나 미국(5833달러)의 45~60% 수준이고, 중국보다도 싸다는 통계도 있다. 계획된 공기와 예산을 준수하며 가장 빠르게 원전을 건설하는 능력에서 한국만 한 곳이 없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으로부터 20조원 규모의 원전을 수주한 지 13년 만에 폴란드와 튀르키예 수출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러시아발 에너지난으로 EU(유럽연합)가 택소노미(녹색 분류 체계)에 원전을 포함시킨 지금이 ‘원전 르네상스’에 올라탈 절호의 기회다.
차세대 원전인 소형모듈원전(SMR) 주도권 경쟁에도 뒤처져선 안 된다. SMR는 안전성과 입지 선정이 쉬운 장점에 힘입어 2035년까지 630조원 규모로 시장이 커진다고 한다. 원전강국은 전통의 복원에 머물러선 안 되고 미래 첨단 기술력까지 선도할 때 비로소 실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