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내년 3월 초로 예상되는 차기 당 대표 선출(전당대회)의 경선 룰을 당원 투표 100%로 변경하는 개정 작업을 이번 주에 완료할 모양이다. 현행 당헌·당규로는 당원 선거인단 투표 70%, 국민 여론조사 30%씩 반영해 당 대표를 선출한다. 당 비대위는 이를 바꿔 당원 비율을 90%로 늘리고 여론조사를 10%로 줄이거나 아예 100% 당원 투표로 결정하는 안을 검토해 왔는데 후자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전당대회를 두 달여 앞두고 갑자기 게임의 룰을 바꾸는 것이어서 공정성 시비가 불거지고 있다.
경선 룰 변경론의 핵심 논거는 역선택 방지와 당의 주인은 당원이라는 것이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1반 반장 뽑는데 3반 아이들이 와서 촐싹거리고, 방해하고, 당원들의 의사를 왜곡하고 오염시키면 되겠나”라고 했다. 여론조사에서 친야 지지자들이 야당에 유리한 후보를 찍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인데 역선택 부작용은 여러 경선 사례에서 미미한 것으로 판명 난 만큼 설득력이 떨어진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는 격이다. 여론조사 30%는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 층만 대상이다. 민주당을 포함해 다른 정당 지지자들은 배제한다. 이게 기술적으로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여론조사 전문가라면 안다. 민주당도 같은 방식으로 민심 25%를 반영하고 있다. 역선택은 외려 당원 투표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더 크다. 책임당원은 당비를 1년 중 3개월 이상 납부하면 될 수 있다. 당비는 단돈 1000원이다. 3000원을 낸 사람이면 누구나 전당대회 투표권을 갖는다는 얘기다. 자발적이든 조직적이든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의 가입을 막는 장치가 전혀 없다.
국민의힘 책임 당원은 영남이 수도권보다 많다. 이념적으로도 전통 강성 보수층이 주류다. 이준석 전 대표 체제에서 젊은층이 늘어났지만 여전히 고령층이 압도적이다. 이들이 뽑는 당 대표로 내후년 총선에서 이길 수 있겠는가. 자체 대통령 선거 후보도 내지 못하던 국민의힘이 집권 여당이 된 것은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30대 0선의 파격적 당 대표를 뽑은 데에 힘입었다. 수도권·중도·MZ세대로의 외연 확장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을 이어가도 총선승리를 기약할 수 없는 판에 민심을 배제하는 전당대회를 치르겠다는 발상은 역사적 퇴행이자 국민정당을 표방하는 이름값도 못하는 일이다.
정치는 지지 기반을 넓히는 싸움이다.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장기간 30% 박스권에 갇혀 있었던 것도 중도층·무당층의 마음을 얻지 못해서다. 윤심과 당심보다 민심의 바다 위에 떠 있어야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