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안 고비를 가까스로 넘은 여야가 올해 연말 종료되는 일몰 법안들을 두고 다시 격돌할 조짐이다.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3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초과근무 허용, 화물차 안전운임제, 건강보험 국고 지원 등 일몰법을 처리하기로 했지만 사안별로 엇갈린 입장을 보이고 있어 ‘가시밭길’ 협상이 예상된다.
3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에 대해 2년 더 ‘주 60시간 근무(주 52시간+8시간 추가근로)’를 허용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26일 환경노동위 법안심사소위에 올려졌다. 사람을 구하기 어려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인력난을 해소하는 데에 필요하다며 제도 존속을 호소하고 있다. 종료될 경우 마땅한 대책이 없어 경영난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는 곳이 76%나 된다. 근로자들도 추가 수입을 위해 연장근무를 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노동계는 “언제까지 장시간 노동 체제의 관행을 유지할 거냐”며 반대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은 이들의 눈치를 보며 고심하는 모양새다. 내년부터 당장 이 제도가 폐지되면 영세업체와 자영업자들은 심각한 인력난과 경영난에 빠질 수밖에 없다. 지금 이들에겐 장시간 노동철폐라는 숭고한 가치보다 당장의 생존이 더 절박하다. 코로나 3년의 후유증에 고물가·고금리의 2차 충격까지 얻어맞은 영세업체들의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금은 제도의 예외 없는 안착보다 비상상황에 걸맞은 조치가 필요하다.
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집단 운송거부 사태를 초래했던 안전운임제 연장건은 난항이 예상된다. 야당은 운송 거부 이전에 정부가 제안했던 대로 3년 연장을 주장하고 있다. 이 법안은 앞서 국토교통위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야당이 단독으로 처리, 법사위에 회부됐다. 하지만 여당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법사위 문턱을 넘기 쉽지 않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화물연대가 제안을 거부하고 16일간 불법파업을 강행해 막대한 경제적 피해가 발생한 만큼 원점에서 재검토하자고 한다. 대통령실은 화물연대에 대한 원칙적 대응을 노동개혁의 시발점으로 삼으려 한다.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의 영구화와 품목 확대 주장을 접은 만큼 정부·여당도 일단 애초의 제안대로 3년 연장안을 받는 게 좋다. 안전운임제에 대한 근본적 검토와 대안은 추후 심도 있게 논의한 후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
야당은 추가연장근로제 연장을 받는 조건으로 ‘노란봉투법’(파업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제한)을 관철시키려 한다는 얘기도 돌고 있다. 매듭을 더 꼬이게 할 뿐이다. 화급한 현안부터 풀고 불요불급한 사안은 사회적 합의를 더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