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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의대 정원 확대, 더는 실기하면 안 된다

교육부가 27일 보건복지부에 의대 정원 확대를 요구했다. 세상에 이런 아이러니도 없다. 의료인력 부족 사태를 가장 민감하게 느끼는 곳은 보건복지부다. 해결해야 할 당사자도 복지부다. 의대 증원은 복지부의 숙원사업이다. 그런데 이번엔 교육부가 먼저 손을 들고 나섰다. 반도체 인력을 확보하자며 교육부가 산업부에 관련학과 증원을 요청하는 꼴이다. 그만큼 시급하고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물론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의료인 양성과 관련된 대학 정원은 교육부가 복지부와 협의해 결정하도록 돼 있다. 게다가 복지부는 지난 2020년 의대 정원 확대계획을 발표했다가 전공의 파업 등 의료계의 강한 반발에 부딪치자 코로나19 사태 안정화 이후 다시 논의하기로 미봉한 상태다. 교육부의 선제 공론화는 고육지책인 셈이다.

따지고 보면 의사 수를 비롯한 우리나라의 의료 불균형 문제의 심각성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오죽하면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이 현재의 의대 정원으로는 “오는 2035년 2만7000명의 의사 부족 사태를 맞게 될 것”이란 보고서를 냈을 정도다. 필요한 의사 수를 맞추려면 “매년 1500명씩 의사를 더 뽑아야 한다”는 게 보사연의 주장이다.

실제로 우리의 2020년 기준 ‘인구 1000명당 임상의사 수’는 한의사를 포함해도 2.5명이다. 독일(4.5명), 프랑스(3.2명), 노르웨이(5.1명) 등 다른 OECD 국가과 비교가 안 된다. 인구에 비례한 의대 졸업자가 OECD의 절반 수준에 그친 데 따른 결과다. 그런데도 ‘국민 1인당 외래 진료’는 14.7회로 OECD 평균(5.9회)의 거의 세배다. ‘3분 진료’가 일상화된 이유다. 그럼에도 의료 시스템이 버티는 이유는 고가의 의료장비 덕분이다. 우리나라의 인구 100만명당 MRI는 34.2대이고, CT는 40.6대다. 이는 OECD 평균보다 각각 1.9배, 1.4배나 많다. 안 그래도 고령화로 힘든 건강보험 재정은 고가 의료기 투자금을 뽑아야 하는 병원들로 인해 더 허덕인다.

의료인력 확충은 이제 당위의 문제이지, 선택이 아니다. 그럼에도 의사단체들의 저항은 여전하다. 교육의 질 저하를 우려하는 나름 정당한 지적도 있다. 충분한 인프라 확대가 먼저인 것도 사실이다. 그들의 주장을 의대 증원 반대가 아닌 비판으로 수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건 복지부의 몫이다.

의대 정원의 증원 문제는 지금 정해도 2년 후에야 시동이 걸리고 실제 현장에는 10년 후쯤에나 의사 수급에 온기가 돈다. 그만큼 급하다는 얘기다. 더는 실기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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