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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숨겨진 혁신의 보물창고, 특허 데이터

특허데이터는 데이터경제 시대 자원의 보고다. 특허데이터의 원천인 특허공보는 발명의 핵심 정보를 가득 담은 지식의 보물창고다. 더구나 특허공보는 공개정보다. 경쟁업체도 기술의 상세한 내용을 ‘합법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특허데이터의 규모는 갈수록 방대해지고 있다. 세계지식재산기구에 따르면 세계 특허출원은 1991년 88만8200건, 2001년 145만6800건, 2011년 215만8200건, 2021년 340만1100건으로 급증했다. 특허데이터의 활용도는 매우 다양하다. 예를 들면 각 기술 분야의 대표 연구자, 잠재적 경쟁과 분쟁위험, 라이선싱과 M&A 대상도 확인할 수 있다. 초기 단계지만 IBM의 ‘IP Advisor(애드바이저)’라는 왓슨 기반 AI 특허 분석 솔루션은 방대한 특허데이터를 분석해 출원, 라이선싱, 소송, M&A 등 많은 영역의 IP 전략을 지원한다.

유럽특허청(EPO) 홈페이지에 소개된 스켈레톤 테크놀로지는 곡면 그래핀 기반 슈퍼배터리를 생산하는 에스토니아 회사다. 60초 이내 충전으로 30분 이상 전기차 주행이 가능하고 5만번 이상 충전할 수 있다고 한다. 이 회사가 독일 칼스루에공대와 공동 개발 중인 슈퍼배터리는 12초에 충전되고 기능 저하 없이 수십만번 충전 가능하다고 보도되기도 했다. EPO는 이 회사가 특허데이터를 연구·개발(R&D)과 지식재산(IP) 창출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 직원들은 누구나 교차 훈련을 통해 회사의 IP 전략과 그에 맞춰 R&D활동을 조정하는 역량을 갖춘다. 분업화된 회사 구조에서 모든 직원이 IP 지식을 가지는 것은 불필요해보일 수 있다. 별도 IP 전담부서가 있어서다. 여전히 많은 회사는 R&D 인력이 특허데이터를 학습하도록 제도화돼 있지 않다. 이로 인해 역설적으로 스켈레톤 같은 회사가 경쟁력을 갖게 된다. R&D 전문인력이 직접 특허데이터 분석에 참여하면 그 회사의 R&D와 특허출원에 극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이러한 데이터 기반 특허경영을 ‘IP-R&D’라 부른다. 한국특허전략개발원이 IP-R&D 전략수립을 지원한다.

데이터경제 시대, 특허데이터로 국가경쟁력을 키우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첫째, 각 기업의 IP 전담부서가 기획, R&D, 디자인, 마케팅 등 다른 부서와 소통하며 협력할 수 있는 제도가 정착돼야 한다. 이미 알려져 있지만 현실적으로 각 기업의 사정상 실행이 어려웠을 뿐이다. 둘째, 글로벌 경쟁력 있는 특허데이터업체들을 키워야 한다. 포천 비즈니스 인사이트는 글로벌 특허데이터시장이 2029년 20억달러가 넘을 것으로 예측했다. 국제특허출원 세계 4위이자 IP5(세계 5대 특허청) 일원인 우리나라가 세계적 특허데이터회사들도 키워야 한다. 데이터시장 자체도 중요하지만 고품질의 특허데이터 분석 서비스는 우리 기업들이 IP경쟁력 강화에 핵심 인프라이기 때문이다. 셋째, 데이터경제 시대에 걸맞은 교육과 인력 양성이 필수적이다. 데이터 분석 전문인력의 양성도 중요하지만 기업의 모든 구성원이 일정 수준의 IP 지식을 가지고 협업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훈련 프로그램도 활성화돼야 한다. 특히 중소기업과 창업기업들이 특허데이터를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속적 지원정책 중요함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박성필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MIP 책임교수

atto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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