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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ESG금융은 국가의 포용적 제도 만드는 기본 틀

한국의 불평등·양극화라는 기저에 여전히 착취적 문화가 자리 잡고 있으며 횡령·배임, 갑질, 비리, 성희롱, 부정·부패라는 각양의 모습이 반복된다. 윤리와 준법의 문화는 아직도 요원하다. 최근 국제투명성기구에서 한국은 4명 중 1명이 뇌물과 관련이 있다고 발표한 것도 놀랄 일이 아니다. 미국 해외부패방지법(FCPA)에서 뇌물방지 조항, 고의적 회계부정, 허위 공시 등을 자국과 해외 기업에 적용하고 있는데 최근 한국 기업에 900억원, 800억원의 벌금을 부과한 것도 무관하지 않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몇 년 전 발표에 따르면, 한국 기업이 뇌물·부패로 미국과 유럽 지역에서 부과된 벌금이 2조5000억원으로, 세계 2위를 기록한 바 있다. 유럽 및 선진국은 연성법 형태로 ISO 등을 활용해 투명성·개방성·성실성 및 준법문화를 만들어 이에 대응하고 있다.

한국의 노동시간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평균보다 연간 221시간 일을 더 하면서도 노동생산성은 하위권으로,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OECD 38개국 중 27위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첫 번째 목표는 파이를 크게 하는 경제적 이익이다. 노동생산성을 높이지 않고서 ESG문화를 만들 수 없다. ESG는 NGO가 아니고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직문화·평가방식·인사제도를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93개 국가 3100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는 TCFD(기후 관련 재무정보 공개 전담협의체) 권고안은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모인 금융안정위원회가 만들었다. 기후변화는 환경에만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라 금융산업과 기업의 경제성을 좌지우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영국과 일본, 뉴질랜드, 싱가포르 등은 TCFD 권고안에 따른 공시를 의무화했으며, 미국·EU(유럽연합)도 추진 중이다.

ESG는 다소 수그러들었고 국내의 현실은 만만치 않다. 자산 규모 2조원 이상 상장사의 경우 ESG 전담부서가 대부분 있고 ESG 위원회도 55%나 만들었다. 그러나 자산 규모 5000억원 미만 상장사는 3.3%만 ESG 위원회가 있으며, 전담부서의 경우 7%뿐이다. 이는 ESG 컨설팅비용이 평균 8000만원에서 1억원 이상이며, 인증을 위해서도 약 1500만원이 들기 때문이다. 보고서 작성의 경우 1억~1억5000만원이 40%, 1억5000만원 이상이 13%나 될 정도로 중소기업은 비용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또한 TCFD는 공시했지만 드러낼 수 있는 정보가 적어 평가가 부실하다는 불만도 많다. 미국 나스닥은 상장 자격을 유지하려면 이사회에 최소 2명의 다양성 이사가 있어야 하며 런던거래소에 상장된 1160개 기업 역시 이사진 중 여성이 40% 이상이어야 한다. 맥킨지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크레디트스위스 및 미국의 피터슨경제연구소의 경영 성과와 수익률·자기자본이익률(ROE) 등을 조사한 결과, 유리하다는 결론에 따른 것이다. 이에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맥도널드, 치폴레 등 미국·유럽의 기업은 더 공격적으로 ESG를 경영에 필수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이코노미스트 발표 OECD 주요국 이사회 여성 임원비율 유리천장지수는 29위로, 최하위권이다. ESG를 통해 포용적 제도를 만들기 위해 한국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박희정 국회사무처 산하 법인 한국조정협회 ESG위원장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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