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 강남3구와 용산구만 남기고 부동산 규제지역을 모두 풀기로 가닥을 잡았다.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 전면 해제가 유력하다. 지난해 11월 10일 서울과 경기도 4개 지역(과천, 성남 분당·수정구, 하남, 광명)만 빼고 규제지역을 푼 지 두 달도 안 돼 추가 해제에 나선 것이다.
기존 규제 완화만으론 ‘거래절벽’에 따른 집값 추락, 미분양 급증발 부동산시장 경착륙을 막기에 역부족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부동산 거래는 선호되는 지역부터 거래가 촉발돼 다른 지역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서울까지 규제를 푼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
규제지역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건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7년 8·2 대책 때다. 당시 정부는 2002년 이후 15년 만에 서울 전역을 투기과열지구로 묶었고, 강남권 등 서울 11개구는 투기지역으로 옥죄었다. 이미 서울은 ‘조정대상지역’이란 규제지역으로 지정돼 있었지만 뛰는 집값을 잡고자 규제지역을 중첩하는 방식으로 강도를 높였다.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으로 겹겹이 규제를 강화했다. 이 지역들엔 종부세·양도세·취득세가 징벌적으로 부과됐고 대출과 청약, 재건축을 틀어 막았다. 그럼에도 집값은 못 잡고 속칭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족’만 양산했다. 금리인상 기조로 영끌족이 직격탄을 맞은 국면에서 이들의 퇴로를 열어주려면 거래절벽에 숨통을 터 줄 과감한 조치가 불가피하다.
일각에서는 서울까지 건드리는 건 시기상조라는 지적을 하는데 지금 주택시장 형편을 보면 한가한 소리다. 지난해 9월과 10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900건 안팎에 그쳐 월간 기준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2010년 이후 11년간 월평균 거래량이 6350건이었음을 고려하면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최근 3개월(9~11월) 서울 아파트가격은 평균 4% 하락(한국부동산원)했는데 노원구(-6.36%)가 낙폭이 가장 컸고 도봉구(-6.31%), 강북구(-5.09%), 성북구(-4.97%) 등이 평균보다 많이 내렸다. ‘10만 청약설’이 나돌았던 둔촌주공 재건축아파트 등 서울 노른자위 아파트도 줄줄이 낮은 청약경쟁률에 신음하고 있다. 지금은 위험 수위에 근접(전국 6만2000가구)한 미분양 주택 해소가 급선무다.
아파트를 다 짓고도 못 팔게 되면 건설사 부실, 여기에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 부실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경제 전반에 동맥경화 위기가 올 수 있다.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선 분양가상한제,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아직 남아 있는 ‘부동산 대못’에 대한 전향적 조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