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6대 강국에 올랐다고 한다. 미국 시사주간지 US뉴스앤드월드리포트(USNWR)가 지난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다.
전 세계 85개국 1만7000명을 대상으로 정치, 경제, 군사적 영향력 등을 종합 평가할 때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Most Powerful) 국가’가 어디냐고 물었다. 한국보다 앞에는 미국, 중국, 러시아, 독일, 영국이 있고, 뒤에는 프랑스, 일본, 아랍에미리트(UAE), 이스라엘 등이 있다. 이들이 ‘G10’이다.
한국은 2021년 8위에서 두 계단 올랐다. 반대로 일본은 6위에서 8위로 내려가 한국과 자리바꿈을 했다.
USNWR는 한국에 대해 “첨단 기술과 서비스 기반 경제는 외국 자본의 투자 성공 사례이며, 1960년대 이후 지속적인 성장과 빈곤 감소세를 보였고 지금은 세계적인 경제대국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우선 축하할 일이다. 눈 떠보니 6대 강국이라고 하지 않나. 특히 명목GDP(국내총생산) 순위로는 미국, 중국, 일본, 독일, 영국, 인도,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등에 이어 세계 10위인데 경제 외적인 요소까지 평가하니 네 계단이나 뛰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USNWR의 조사 자료를 꼼꼼히 보자. 이 조사는 10개 범주에서 이뤄진다. 모험, 민첩성, 문화적 영향력, 기업가 정신, 차별화한 전통, 기후변화 대응, 사업 개방성, 파워, 삶의 질, 인권 등이다.
한국이 6위에 오른 ‘강력한 국가’는 10개 범주 가운데 파워 부문 순위일 뿐이다. 쉽게 말해 10개 과목 시험 치는데 한 과목에서 지난해보다 잘 쳐 6위에 오른 셈이다.
그러면 10개 부문을 종합한 전체 순위는 어떻게 될까.
USNWR는 이 순위를 ‘최고의 국가(Best Countries)’로 별도 공개한다. 여기에서 한국은 20위로 뚝 떨어진다. 2021년(15위)보다도 한참 저조하다. 반면 일본의 전체 순위는 6위(2021년 2위)다.
한국의 부문별 순위는 모험 51위, 민첩성 13위, 문화적 영향력 7위, 기업가 정신 6위, 차별화한 전통 30위, 기후변화 대응 13위, 사업 개방성 76위, 파워 6위, 삶의 질 24위, 인권 42위 등이다.
이렇게 보니 축하할 일 아니고 분발할 일이다. 잘하는 것(기업가정신, 문화적 영향력) 더 잘하게 밀어주고, 못하는 것(사업 개방성, 모험) 잘할 수 있게 보완해줘야 한다. 그게 국가와 정치권의 일이다.
대통령이 7년 만에 참석한 경제계 신년인사회(2일),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율 두 자릿수 확대(3일) 등은 그래서 반가운 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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