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4일 발표한 ‘2021년 콘텐츠 산업조사’ 결과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수출실적이다. 달라진 위상을 실감하게 한다. 이젠 어엿한 수출 주력품목이고 한국 경제의 중추산업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지난 2021년 콘텐츠산업 수출액은 124억5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4.4% 증가했다. 그 혹독한 코로나 팬데믹에도 줄지 않고 해마다 증가한 점을 고려하면 대단한 실적이다. 실제로 자동차와 반도체에 이은 세 번째 성장산업이다. 그래서 수출액의 사상 최대 기록 경신은 이제 뉴스도 아니다. 하지만 상대비교를 해보면 얘기가 다르다.
우리의 대표 수출품인 가전(86억7000만달러), 전기차(69억9000만달러)보다 많다. 세계 최고급을 자랑하는 가전은 불과 3년 전만 해도 주력 13대 수출품목이었다. K-콘텐츠가 그걸 한참 넘어선 것이다.
심지어 그게 1년 전 성적표다. 출판, 만화, 음악, 게임, 영화 등 콘텐츠산업은 일반 제품과 달리 실적 베이스 계약이 많아 공식 통계가 늦을 수밖에 없다. 1년 전 실적임에도 이번 조사결과가 최신 자료인 이유다. 내년에 나올 지난해의 실적은 2021년의 그것을 훌쩍 뛰어넘으리란 예상은 손쉽다.
수많은 K-드라마가 ‘기생충’의 영광을 이어간 게 2022년이다. ‘오징어 게임’은 6관왕으로 에미상을 접수했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순수 국내 자본으로 해외 대박을 터뜨렸다. 이제 K-영상 콘텐츠의 경쟁력은 글로벌 수준이다. 위드 코로나에 접어들면서 ‘BTS’를 비롯한 K-팝 스타들의 해외 공연도 지난해 재개됐다. ‘블랙핑크’의 홍콩 공연은 8배가 넘는 가격에 암표가 거래될 정도다.
K-콘텐츠는 한국이 가야 할 또 하나의 미래다. 자원 부족 제조강국의 고군분투와 비애를 겪을 필요 없는 꽃길이다. 굴뚝 없는 문화산업의 하방 효과는 무한하다. 성공한 영화 한 편의 부가가치는 자동차 수만대의 수출과 맞먹는다. K-드라마를 본 외국인들이 한국 화장품과 인테리어제품을 구매한다. 관광한국의 최고 성장엔진이다. 게다가 종사자의 80%가 39세 이하 청장년인 젊은 산업이다. 끼로 뭉친 젊은 엘리트들이 몰려드는 곳이다. 고령자들과의 노동 충돌 자체가 없다.
물론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수출전선에서 쉬운 건 없다. 넷플릭스, 디즈니 등과 견줄 만한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도 필요하고 불법 다운로드를 막을 저작권 보호대책도 강화해야 한다. 불투명한 회계 정산 처리 등 후진적 경영관행은 스스로 개선해야 한다. 콘텐츠 제작에도 반도체와 다름없는 세제 혜택이 주어질 날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