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새해를 맞으면서 지난해를 복기하고 새해목표를 하나씩 세우게 된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나와의 힘 겨루기에서 이기는 것이 필수다. 아무리 치밀한 목표를 세운들 단 하나라도 지키지 못하면 그 싸움은 여지없이 패배다. 해를 반복하며 이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사람이기에 여전히 또다시 다짐하고 계획을 세우며 새해의 1월을 보내곤 한다. 물론 해마다 계획을 지키고 목표를 달성하는 예외의 사람들 역시 반드시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왜 우리 대다수는 반복되는 ‘지키지도 못할 계획을 세우는 실수’를 늘 저지르는 것일까. 지금 쓰고 있는 이 글은 나 자신에게 하는 잔소리이자 다짐이기도 하다.
우선 나에 대해 스스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한 오류 때문이다. 나를 과대평가하거나 과소평가해 목표를 정확히 잡지 못하는 경우라 할 수 있다. 평소에 나를 존중하지 못한 결과이기도 하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나에 대한 기대를 낮추고 목표치를 수정해 향후에는 현실에 맞게 인생을 설계할 수 있기도 하여 긍정적인 이유가 되기도 한다.
주변 환경과의 부조화도 이유로 꼽을 수 있겠다. 우연한 상황이 발생해 도저히 계획을 수행할 수 없는 경우로 치닫게 되거나 상황이 급변해 애초의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내가 세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주변 환경이 뒷받침된다면야 금상첨화겠지만 모든 상황이 내 마음대로 되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한 치 앞도 모르는 것이 인생’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이 경우는 변명이 설득력을 가지게 되므로 계획의 실패에 대해 조금이나마 자기 위안의 시간을 가져볼 수 있다.
자기관리의 실패도 중요한 이유다. 한순간에 잘못된 판단, 나 자신과의 옹졸한 타협 등 총체적 과실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근성과 근기가 부족해서 발생한 상황으로 가장 뼈아픈 부분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금주를 하겠다는 결심, 운동을 매일 하겠다는 결심, 독서를 일정량 하겠다는 결심 등이 순간의 유혹에 못 이겨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을 지켜보며 나에 대한 존중도, 배려도 무너지게 되는 최악의 경우다.
이 밖에도 연초에 세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함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나 새해에 세운 목표달성 실패의 원인은 결국 스스로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하거나 온전히 집중하지 못한 것, 꾸준하지 못한 것으로 대부분 귀결된다. 거창한 목표보다 세부적인 계획을 세우기보다 그에 앞서 나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자신에 대한 배려와 존중을 통해 나를 다듬고 성찰하는 시간이 우선돼야 하는 이유다.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고 말한 것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새해를 맞아 언론에서 해마다 인용하는 로버트 월딩어 하버드대학 교수의 언급에 따르면, 노후를 행복하게 하는 힘의 원천은 소득도, 재산도, 학벌도 아닌 ‘사람들과의 따뜻한 관계’라고 한다.
하지만 이 역시 나에 대한 배려와 존중, 확신이 무엇보다 우선될 때 달성 가능할 것이라 생각한다.
새해엔 나의 행복을 위해 나와의 관계에 조금 더 집중하고 더욱더 가까워지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소망해본다.
이윤진 서원대 사회복지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