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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기득권 저항 어떻게 돌파할지 주목되는 佛 연금개혁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더 내고 늦게 받는’ 연금개혁안을 재차 꺼내 들었다. 2017년 첫 집권 때 핵심 개혁과제로 내세웠으나 노동계와 여론의 거센 반발,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유보했던 개혁안을 재집권 8개월 만에 다시 추진하는 것이다.

프랑스 정부가 10일(현지시간) 발표한 연금개혁안에 따르면 62세인 연금수령 시기(법정 정년)를 2030년까지 64세로 늦추는 대신 최소 연금수령액은 최저임금의 75%에서 85%로 올리기로 했다. 또 연금을 전액받기 위한 근속기간도 기존 42년에서 43년으로 늘리는데 이 시기를 2035년에서 2027년으로 앞당긴다. 이를 위해 올해 9월 1일부터 정년을 해마다 3개월씩 연장한다. 계획대로라면 정년은 2027년 63세 3개월, 2030년 64세가 된다.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는 “지금 제도를 손보지 않으면 대규모 증세, 연금수령액 감소로 이어져 연금제도를 위협할 것”이라고 했다. 현 제도를 유지한다면 2030년 연금 적자는 135억유로(약 18조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개혁안을 적용하면 2030년 177억유로(약 24조원)의 흑자를 낼 것이라는 설명이다.

프랑스 정부가 최소 연금수령액을 월 160만원 수준으로 올리는 당근책을 제시했지만 여론조사 결과, 국민 72%가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극좌·극우 성향 정당들이 전면에 나섰고 의회 내 범여권 의석이 과반이 안 되는 등 정치적 지형도 불리하다. 프랑스 주요 노조 8개 단체는 “19일 파업에 들어간다”고 선언했다. 1차 추진 때도 20여년 만의 가장 강력한 총파업이 벌어졌고 공공부문 연쇄 파업이 석 달 가까이 이어졌는데 이번에도 심상치 않다. 마크롱이 압도적 반대여론과 기득권의 저항을 어떻게 돌파할지 주목된다.

프랑스 사례는 우리도 곧 겪을 일이라는 점에서 남의 일이 아니다. ‘국민연금이 2057년이면 고갈된다’는 재정 추계를 받아놓은 지 오래인데 연금개혁은 이제 막 첫발을 뗀 상황이다. 우리의 합계출산율은 프랑스 1.83명(2021년 기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등 저출산·고령화 추세가 세계 최악이다. 부담하는 연금보험료율(9%)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18.2%와 격차가 크고 프랑스(27.8%)의 3분의1 수준이다.

지금보다 더 내고, 더 오래 일해 더 늦게 받는 개혁이 불가피한데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려면 가시밭길을 가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인기가 없더라도 피하지 않고 반드시 해내야 한다”고 결기를 보였다. 그럴려면 합리적 대안 마련과 국민 설득이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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