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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의 화식열전] “9%로는 어림없다”…국민연금 보험료 15%? 21.3%?
고령화로 적자·소진위험 가속
연금硏 “15% 이상은 어려워”
보사硏 “21.3%은 되야 유지”

더 내고 덜 받는 개편 불가피
납입기간·수령시기 조정하려면
65세 이상으로 정년연장 필요

국민연금이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던 때가 있었다. 나라에서 강제로 걷어가지만 낸 만큼 돌려 받지 못할 것이란 의심 때문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임의가입자가 늘어나며 국민연금의 인기가 높아졌다. 낸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받는 구조에 눈을 뜬 결과다.

하지만 인기를 높인 이 구조가 오히려 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낮춰 가입자 부담을 다시 높이는 부메랑이 되고 있다. 결국 점점 더 내고 덜 받는 쪽으로 바뀌게 될 전망이다. 단계적이겠지만 보험료가 지금보다 최소 50%이상은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수급연령이 되면 받을 연금액을 특정 공식에 따라 사전에 확정해 놓은 확정급여형(DB)구조다. 2020년 가입기준 연금총액(20년간 수령)을 총 보험료로 나눈 값인 수익비(2017년 기준)는 1.4배(최고임금 449만원)~7.8배(최저임금 20만원)에 달한다.

국민연금은 1988년부터 보험료로 727조원을 거뒀고 이를 운용해 지난해까지 317조원을 벌었다. 누적수익률 44%다. 이 정도 성과로는 최소 1.4배인 수익비를 감당하기 어렵다. 보험료 인상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올해는 법에 의해 5년에 한번 씩 국민연금 제도를 점검하는 해다.

관건은 현재 소득의 9%인 보험료율을 얼마나 올릴지다. 2021년 국민연금공단 산하 국민연금연구원(이하 연금연)은 15%가 적정하다고 봤다. 최근 국무총리실 산하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은 21.33%를 주장했다. 전자는 가입자 부담을, 후자는 연금의 안정성에 무게를 두면서 차이가 커졌다.

연금연은 70년 후(2088년)에도 적립액을 1년치 연금지급액 1배(적립배율 1배)가 되도록 하려면 소득대비 보험료율을 17.95%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고 봤다. 하지만 급격한 보험료율 상승은 자영업자와 기업의 부담을 크게 높인다는 점에서 상한을 15%로 제한했다.

보사연은 적립배율 목표를 2배로 잡았다. 의무납입연령도 59세에서 65세로 늘릴 것을 제안했다. 보험료를 더 내는 고소득자에게 연금을 더 주는 소득비례연금을 도입할 것을 주장했다. 저소득자는 기초연금을 늘려 감소분을 충당하자는 접근이다. 지금보다 기초연금 수령자를 줄이는 게 전제다.

보험료 인상을 전제로 한 기금수지 적자전환과 소진시점은 연금연이 최대 각각 2056년과 2073년, 보사연은 2066년, 2098년이다. 2018년 4차 재정계산 때는 각각 2042년, 2058년이었다. 2013년 3차 계산 때에는 2040년, 2054년이었다. 보험료 조정이 없으면 소진이 더 빨라진다는 뜻이다.

현재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독일(18.6%), 스위덴(17.2%), 일본(18.4%)의 절반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소득세율도 6%로 독일(18.8%), 스웨덴(17.7%), 일본(7.9%)보다 낮다. 얼핏 한참 더 올릴 수 있을 듯하지만 그렇지 않다. 너무 가파르게 올리면 자영업자와 기업의 부담이 급증하게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19년 자료를 보면 국민연금 보험료를 전액 부담하는 자영업자 비중은 독일 9.6%, 스웨덴 9.9%, 일본 10%다. 우리나라는 24.6%에 달한다. 사용자가 부담하는 퇴직(연)금 보험료도 우리가 8.34%로 독일(4.2%), 스웨덴(4.5%), 일본(8.0%) 보다 높다.

납입연령과 수령시기도 쟁점이다. 연금연은 수급연령을 현재 65세에서 68세로 단계적으로 연장하고 그 이후에는 기대여명에 따라 조정하는 안을 제시했다. 기대수명이 길어지면 수급연령을 늦춰 연금지급액을 줄이는 방식이다. 보사연은 의무납입연령을 59세에서 65세로 늘리자고 제안했다.

납입연령과 수령시기 조정은 기업의 정년제도와 직결된다. 자칫 소득이 없는 데 더 무거운 연금보험료 부담을 지거나 연금소득 없는 기간이 길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해 대법원은 임금피크에 ‘헌법 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상당한 인건비 부담을 수반할 정년 연장에 기업이 합의할 지는 미지수다.

개편안을 시행하려면 연내 국민연금법을 개정해야 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여론의 동향에 민감하지 않기 어렵다. 가뜩이나 물가와 금리가 치솟으면서 살림이 어려워진 이들이 많다. 가파른 보험료 인상 보다는 납입연령과 수령시기를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소득대체율은 더 하락하게 된다. 현재 국민연금의 목표는 40%이지만 이는 40년을 납입할 때의 계산이다. 2020년 신규 국민연금 수급자들의 평균 가입기간은 18.6년이다. 실제 소득대체율은 20%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사적연금으로 보강할 필요성이 더 커진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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