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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기침하는 중국, 감기 걱정해야 하는 한국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2.8%(2022년 기준)나 된다. 대(對)중국 수입 비중도 20%대에 달해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다. 특히 한국의 주력 품목인 반도체는 중국 수출 비중이 40%에 육박한다.

“중국이 기침을 하면, 한국은 감기에 걸린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중국이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증상이 심상치 않다. 경기둔화 조짐이 완연한 데다 수요를 떠받치는 인구까지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금도 아프고 앞으로도 오래갈 것이라는 신호라는 얘기다. 중국 경제가 정점에 이르렀다는, 이른바 ‘피크 차이나(Peak China)’란 말이 다시 회자된다.

17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대비 3% 증가했고, 중국 인구수는 14억1175만명으로, 전년보다 85만명 감소했다. 두 수치 모두 역대급 부진이다. 3% 성장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한 2020년(2.2%)을 제외하면 문화혁명이 끝난 1976년(-1.6%) 이후 46년 만에 최저치이고, 목표치(5.5%)에는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또 인구 역성장은 마오쩌둥의 대약진운동으로 대기근이 발생한 1961년 이후 61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제로 코로나’ 정책이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그래서 코로나 극복이 예상되는 올해는 중국 경제가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미국과의 갈등, 부동산 부실 리스크 등의 악재를 고려할 때 과거와 같은 8~9%대 고성장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인구감소라는 대형 변수까지 겹쳤다. 이는 더는 중국이 ‘세계의 공장’도 아니고, ‘세계의 시장’도 아니며, 이에 따라 ‘세계 경제의 엔진’ 역할도 떠오르는 경쟁국 인도 등에 넘겨줘야 함을 시사한다.

이제 감기에 대비해야 하는 건 한국의 몫이다. 과도한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게 급선무다. 수출시장은 아세안을 필두로 인도, 중동, 유럽연합(EU) 등까지 다변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차별화한 경쟁력이 필수다. 중국의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에도 K-콘텐츠가 아세안, 중동 등으로 영역을 급속히 확장하고 있는 게 단적인 사례다.

독감 내지 코로나 수준의 강력한 대응이 필요할 수도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에 따른 정국 불안이 현실화하거나 이에 따른 내부 불만 해소를 위해 대만 침공이 실행되는 경우다.

뒤늦게 허둥대지 말고, 과하다 싶을 정도로 대비하는 게 좋다. ‘세계 경제의 엔진’이 꺼지고 있는 중이기에 그렇다.

pils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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