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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가시권 들어오는 핵무장, 철저한 준비 필요하다

미국 3대 싱크탱크 가운데 하나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옵션을 공개 제언했다. CSIS는 18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금 당장은 아니다”라는 단서를 달면서도 “미래 어느 시점에 (미국의) 저위력 핵무기 등을 한국에 재배치할 가능성에 대비한 계획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미국 내에서, 그것도 유력한 싱크탱크가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옵션을 공개 거론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게다가 윤석열 대통령이 ‘자체 핵무장’ 옵션을 언급한 지 불과 1주일여 만이다.

다만 CSIS는 “실제 재배치는 다른 모든 확장억제 강화방안을 시행했음에도 북한의 위협을 억제하지 못했을 때에만 추진해야 한다”고 못박아, 일단은 대(對)북한 압박용에 무게를 뒀다.

그렇더라도 CSIS가 보고서를 발표한 시점(윤석열 대통령 언급 직후)이나 그 내용의 심도(다양한 옵션 제시)를 고려할 때 한국의 핵무장이 빠르게 가시권으로 들어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이 보고서가 미국 바이든 행정부에도 사전에 보고됐다고 하니, 더욱 그러하다.

현재 한국의 핵 대응은 미국에 의지한 핵 확장억제(핵우산) 수준이다. 하지만 북한의 장거리 핵미사일 등 핵 보유능력이 커지면서 핵우산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 미국이 본토 위험까지 감수하면서 과연 한국에 핵우산을 펴주겠느냐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자체 핵무장’을 언급한 이유이기도 하다.

CSIS는 이번 보고서에서 ‘전술핵 재배치’ 이전 단계로 ‘핵공유’ ‘다자 핵우산’ 등의 여러 옵션도 제안했다. 그동안 국내에서도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방식의 ‘핵공유’가 언급됐지만 사전준비가 안 돼 있어 뜬구름 잡는 얘기라는 지적이 있 었다. CSIS는 이번 보고서에서 나토의 핵 운용 조율기구인 핵기획그룹(NPG)과 같은 ‘핵 공동 기획협의체’ 신설을 제안하는 등 구체적 조언을 내놨다. ‘다자 핵우산’은 우산을 펼쳐줄 동맹에 영국, 프랑스 등까지 넣어 핵 확장억제를 극대화하는 방안이다.

모든 옵션의 트리커(방아쇠)는 북한이 쥐고 있다. 북한이 지금처럼 핵 보유능력을 계속 강화하고, 급기야 핵실험 등 도발에 나선다면 한국과 미국은 ‘핵우산’ ‘핵공유’에 이어 ‘전술핵 재배치’ ‘자체 핵무장’ 등으로까지 나아가는 수순을 밟게 될 것이다.

물론 철저한 준비가 요구된다. 여전히 미국을 정교하게 설득해야 하고, ‘선량한’ 핵 비확산국 위상 추락에도 대비해야 하며, 무엇보다 핵무장의 목적이 ‘사용’이 아닌 ‘사용 억제’에 있음을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해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해야 할 것이다.

pils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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