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
[헤럴드경제=조현아 기자] 철수 : 설 명절 잘 세고 만나.
영희 : 그래, 너도 명절 즐겁게 보내.
코로나 이후 3년 만에 친척들과 얼굴을 대하는 명절이 코앞이다. 철수와 영희도 서로 덕담을 나누며 명절인사를 하고 있다.
그런데 두 사람의 대화 중 설을 ‘세다’는 ‘쇠다’의 사투리로, 명절 따위를 맞아 잘 보내라는 뜻으로 쓰일 때는 ‘쇠다’를 써야 한다. 다시 말해 생신이나 기념일 등을 맞아 ‘지내다’는 뜻일 때는 ‘쇠다’를 써야 맞다. “생일을 쇠니 진짜 한 살 나이 먹을 것 같아” “덕분에 생일을 잘 쇠어(쇄)서 고마워” 등처럼 활용된다.
또한 ‘쇠다’는 국립국어원 우리말 샘에 따르면 ‘쇠오다’에서 온 말이다.
한편 ‘정월 초하룻날’을 뜻하는 ‘설’은 한가위와 함께 우리나라의 큰 명절이다. 한때 ‘구정(舊正)’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일본이 자국의 양력설인 신정(新正)과 대비해 ‘음력설’로 폄훼해 부른 것이므로 쓰지 않는 것이 좋다. 일제강점기 음력에 맞춰 농사의 때, 절기 등을 지켰던 우리 민족의 혼과 얼을 말살시키려는 일본의 저의가 숨겨진 낱말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앞으로는 우리 명절 이름 ‘설, 설날’로 부르자.
또 ‘설’에는 ‘나이를 헤아리다’는 뜻도 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설’이 오늘날 ‘살’로 바뀌게 된 것이라고 한다. 이 밖에도 설이 새해 첫달의 첫날이기에 아직 낯설기에 ‘설다’, ‘낯설다’ 등에서 유래했다는 말도 있다고 한다.
다음 명절에는 고마운 분들과 함께 만나 정겨운 설 덕담을 나누며 건강하게 쇠기를 바라본다.
▶우리말 지킴이 당신을 위한 한 끗 정리=나이는 ‘세’는 것, 명절이나 기념일은 ‘쇠’는 것이다.
구정이란 말은 인제 그만! 예쁜 우리말 ‘설, 설날’을 쓰자. 세계가 주목하는 우수한 ‘K-한글’ 아닌가.
jo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