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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동장군보다 매서운 경제한파, 더 중요해진 경제운용

한국 경제가 꽁꽁 얼어붙고 있다. 기업, 가계 가릴 것 없이 심리지표들이 모두 코로나 최전성기 시절로 회귀했다. 동장군 맹추위보다 무서운 경제한파다.

26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조사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의 2월 전망치는 83.1에 불과했다. 벌써 11개월째 기준선 100 이하인 것은 글로벌 경기하강 추세를 반영한 것이라 해도 부정 인식의 골이 너무 빠르고 깊게 패인다. 오죽하면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2020년 8월(81.6) 이후 30개월 만에 최저치일까.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수출이 부진하니 당연한 결과다. 실제로 업종별로 긍정적인 곳이 하나 없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심지어 3대 수출품목을 포함한 업종(전자·통신, 석유정제·화학, 자동차·기타운송)들이 5개월 연속 부진이다. 근 3년 만에 처음 나타나는 현상이다. 상황이 이쯤 되니 수출 감소와 무역수지 적자는 매달 기정사실이다. 오히려 월간 기준 최악의 기록이 나올까 걱정만 앞선다. 당연히 주요 수출기업들이 내놓는 경영 실적은 하나같이 어닝 쇼크들뿐이다.

그나마 근근이 버텨주던 소비도 흔들린다. 한국은행 발표 1월 소비심리지수도(CCSI)는 90.7에 머문다. 내내 90 언저리다. 잠잠하던 기대인플레도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다. 난방비 폭탄이 떨어진 상황에서 공공요금마저 인상되면 소비심리는 더 얼어붙을 게 분명하다. 이미 외식업에선 나타난다. 26일 발표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지난해 4분기 외식산업 경기동향지수는 82.54에 불과하다. 전분기에 비해 하락폭이 7.30포인트나 된다. 2020년 1분기 이후 11개 분기 만에 가장 크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잠시 돈 온기가 고루 퍼질 겨를도 없이 코로나 초기 때로 회귀한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중요한 것이 경제 운용이다. 기업은 생존을 위한 자구책을 마련해야 하고, 가계는 스마트한 소비로 버티기에 들어가야 한다. 정부의 할 일은 태산이다. 허덕대는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막다른 골목에 몰린 취약계층의 안전판이 돼줘야 한다. 하지만 손쉬운 경기부양의 길은 막혔다. 긴축이 필요한 마당에 돈을 마구 풀 수는 없다. 이미 긴축 예산이니, 곳간도 넉넉지 않다. 벌써부터 추경은 넋 나간 소리다.

결국 방법은 하나뿐이다. 재원의 효율적 운용이다. 창의적 발상이 필요하다. 기업 수출자금 지원 확대는 관성이다. 하책이다. 대신 규제개혁을 통해 뛰는 걸음을 가볍게 해주면 된다. 돈 안 드는 상책이다. 취약계층은 핀셋 지원이 절실하다. 보태기보다 제대로 하기가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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