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민수 한밭대 국방우주공학과 교수 |
최근 주한미군사령부가 북한 미사일 감시와 경보 등의 임무를 담당하는 우주군 부대를 창설했다. 미국은 2019년 우주군을 최초로 창설한 이래 그 역할과 규모를 지속 확대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강대국 역시 경쟁적으로 우주 관련 부대를 창설하고 연구를 지속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국방우주 분야의 중요성이 나날이 증대되고 있다.
이러한 세계적 추세에 따라 우리나라 역시 국방우주 분야에 대한 경쟁력 확보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민·관·군의 긴밀한 협력과 더불어 오랜 기간 축적된 민간 분야의 우주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필수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국방기술은 민수기술에 비해 가격보다 성능이 우선적으로 선호된다. 또 다른 정부 출연연구기관이 보유한 민수기술에 비해 기술성숙도(TRL·무기 체계에 적용되는 핵심 기술요소들의 성숙도에 대한 정량적 지표)가 높은 이유로 군사적 용도 외에는 기술적 활용도가 떨어져 민수사업화로 이어지기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국방기술의 민수사업화를 활성화하려면 연구·개발(R&D)에서부터 단계적 지원이 필수다. 다행히 최근 범정부 차원에서 민간의 우수한 기술을 국방 분야에 활용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일례로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는 ‘미래도전국방기술사업’ 제도를 신설해 우수 기술력을 갖춘 중소·벤처기업들로부터 사업 관련 제안서를 모집하고 R&D비용을 지원하는 등 민간의 우수 기술과 아이디어를 국방 분야에 활용하기 위해 노력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는 ‘제4차 우주개발진흥 기본계획’ 관련 공청회를 개최하고, 국무총리 주관의 ‘국가우주위원회’를 통해 계획을 확정하는 등 우주산업 육성을 위한 국가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주항공청 설립 등 중요 시기에 맞춰 국방우주기술의 민수화 적용을 위해 현장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예컨대 관련 특허기술을 창출하고 항공·우주 특화지역과 연계 맞춤형 기술마케팅을 추진하며 정부 출연연구기관 간 상호연대를 지원할 협력센터를 운영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할 수 있다.
다가올 우주시대에 대비한 국방우주력의 발전은 우리가 당면한 핵심 과제다. 최근 개봉한 영화 ‘아바타: 물의 길’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우주와 바다를 무대로 인간의 영역을 확장해나갈 미래가 머지않다. 이를 위해서는 지상·해양·항공우주의 균형발전을 아우르는 국방우주 관련 국가적 리더십의 혜안과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수다. 북한의 도발로 심각한 안보위기를 초래하는 상황에서 핵·미사일 위협 감시·경보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할 국방우주력 강화는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닌 존재의 문제다.
무엇보다 제한된 예산 아래 일류 국방우주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민간의 기술을 효과적으로 방위산업에 끌어들일 수 있는 전략이 중요하다. 특히 국방 R&D의 여러 가지 제도적·행정적 번거로움과 사후관리의 복잡함을 개선해야 한다. 보안과 관련 없는 단순 기술의 경우에도 과도하게 보안과제로 분류돼 인적, 정보 인프라 등에 제한을 두는 진입장벽을 해소함으로써 민간 첨단 기술이 국방우주 분야에 활발히 접목될 수 있는 전략적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양민수 한밭대 국방우주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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