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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민영화 논란 없는 철도시설 합리화방안 필요

“말도 안 되는 민영화 군불때기 집어치워라.”

최근 기자의 ‘코레일에 18억 역대급 과징금 부과...철도 유지보수 독점구조 바뀌나’ 기사에 이런 댓글이 달렸다. 우리나라 철도산업에서 코레일이 ‘유지보수’ 역할을 독점적으로 수행하는 데 따라 여러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는 걸 지적한 내용이었는데 느닷없이 ‘민영화 음모론’이 등장한다. 실제 코레일의 ‘유지보수’ 기능을 건드리는 다른 어떤 주장도 늘 민영화 음모론이 따라다닌다. 코레일 노조는 이 회사 전체 직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8000여명이 일하는 이 영역을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 되는 영역으로 취급한다.

철도시설은 ‘설계 및 건설→유지보수→개량’이라는 생애주기를 거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설계와 건설은 국가철도공단(이하 공단)이, 유지보수는 코레일이, 개량은 다시 공단이 맡는 식으로 이원화돼 있다. 2004년 철도청이 두 기관으로 쪼개질 때 차량 운영을 맡는 코레일이 유지보수도 함께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다양한 문제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먼저 코레일 외에 여러 철도 운영사가 생겼다. SRT(수서고속철도)를 운영하는 에스알이 등장했고, 인천공항철도를 운영하는 공항철도, 진접선 운영을 책임지는 서울교통공사도 생겼다. 민간에선 네오트랜스가 신분당선 운영을 담당한다. 철도 운영사가 코레일 한 곳밖에 없었던 2004년과 달리 지금은 여러 운영사가 생겼는데 법적으로 ‘유지보수’업무는 여전히 코레일이 독점하게 돼 있다. 자연스럽게 해당 구간에 사고가 나거나 문제가 생기면 운영사들은 반발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잇따라 사고가 난 SRT 사고로 에스알이 코레일을 거부하는 상황까지 이어진 게 대표적 사례다. 정부 취지대로라면 철도산업에 경쟁을 도입한다며 운영사들을 분리하고 있는데 정작 코레일이 경쟁사의 철도노선 유지보수업무를 맡는 이상한 경쟁이다. 현 체제로라면 유지보수업무는 개별 철도운영사에 각각 주는 게 합리적이다. 이런 철도 쪼개기는 코레일 노조가 주장하는 민영화 음모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유지보수를 사업장별로 나눠주는 건 철도 쪼개기를 통해 민영화를 쉽게 하려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공기업인 공단으로 유지보수업무를 이관하는 건 어떤가. 설계 및 건설(공단)→유지보수(코레일)→개량(공단)으로 이원화돼 있는 걸 공단으로 통일하는 것이다. 이것이 설계 및 건설, 유지보수, 개량 등의 하부 기능은 공단이 맡고 차량과 운영은 코레일이 맡게 한 ‘철도산업발전기본법’의 원래 취지에도 맞다.

이건 철도 민영화와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철도 민영화가 필요하냐는 건 또 다른 이슈다. 공단에 따르면 철도시설 담당이 이원화하면서 생기는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공단은 유지관리 때 써야 하는 지침 및 표준규격을 정해놓았지만 코레일은 자체 개발한 KRCS 규격으로 설치하는 사례가 많아 혼선을 잦다고 한다. 중장기적으로 철도시설 안전에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민영화 논란을 떠난 철도시설 운영의 합리적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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