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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아들 퇴직금 50억’ 곽상도 무죄, 국민이 납득하겠나

대장동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만배(화천대유 대주주) 씨로부터 아들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세후 25억원)의 뇌물을 받고, 남욱 변호사(천화동인 4호 소유주)에게 불법 정치자금 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1심 재판에서 벌금 800만원과 추징금 5000만원을 선고받았다. 뇌물혐의는 무죄로 판단하고, 정치자금법 위반 부분만 유죄로 인정한 결과다. 국민 법 감정과 동떨어진 판결에 법원의 소극적 법리 적용, 검찰의 ‘부실 기소’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곽 전 의원의 아들은 화천대유에서 5년10개월간 근무하다 2021년 4월 퇴사하면서 퇴직금과 상여금 명목으로 50억원을 받았다. 퇴직 전까지 세전 월급 383만원을 받던 31세 직원이 이 같은 거액의 뭉칫돈을 받아가자 ‘아빠 찬스’ 논란이 일었다. 특수부 부장검사 출신인 곽 전 의원은 아들이 입사할 당시 박근혜 정부의 초대 민정수석을 거친 친박계 실세였고 이듬해 총선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그가 대장동 일당에게 특별한 도움을 주지 않았다면 거액의 퇴직금이 가능했겠냐는 상식적 의문이 제기됐다. 검찰은 50억원이 국회의원 직무와 관련한 뇌물이고, 하나은행이 대장동 사업 관련 성남의뜰 컨소시엄을 이탈하지 않도록 곽 전 의원이 알선한 대가로 봤다. 대장동 일당인 정영학 회계사 녹취록에 ‘곽 전 의원이 아들을 통해 돈을 달라고 해 머리가 아프다’는 취지의 김만배 발언도 유력한 물증으로 제시됐다.

법원은 그러나 “뇌물 정황이 의심스럽지만 뇌물임을 입증할 검찰 측의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곽 전 의원의 손을 들어줬다. 아들이 결혼해 독립적 생계를 유지하는 점을 들어 “아들이 받은 이익을 피고인이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하는 것은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했고, 정영학의 녹취록은 “내용을 뒷받침할 물증이 없다”고 판단했다. 김만배가 곽 전 의원의 아들만 보고 50억원을 줬다는 것은 상식에 반한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증거가 부족해 검찰이 주장한 제3자 뇌물 제공을 적용할 수 없다는 뜻이다. 법리에 충실했는 지는 모르지만 납득할 국민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50억원이 실제로 건네졌는데도 대가성을 입증하지 못하는 수준이라면 검찰은 ‘부실 기소’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 물증으로 제시된 정영학 녹취록의 신빙성도 법원이 인정하지 않으면서 대장동 게이트의 한 축인 50억클럽(정·관계 로비) 수사도 흐지부지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박영수 전 특검 등 50억클럽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이 검사 출신이라서 ‘제 식구 감싸기식’ 부실 수사를 하고 있다는 시선을 받지 않으려면 검찰이 분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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