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가 2022년 말 기준 국내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기업)을 22곳으로 최종 집계했다. 1년 동안 여기어때, 오아시스 등 7개사가 늘어났고 상장(쏘카)과 인수·합병(티몬, 에이프로젠)으로 3개사가 졸업해 4개사가 순증한 결과다. 그렇게 22개사라는 역대 최대의 기록이 만들어졌다.
지난해가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여파로 ‘빙하기’라고까지 불리는 벤처투자 역성장 시기였던 점을 고려하면 꽤 의미 있는 결과다. 실제로 전 세계적으로 유니콘의 출현은 2021년 539개사에서 지난해 258개사로 반 토막 났다. 그런 와중에 새로운 7곳의 탄생은 충분히 박수칠 만한 일이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속을 들여다보면 아픈 손가락투성이다. 현실은 다르다는 얘기다. 우선 추락한 유니콘들이 버젓이 명단에 들어 있다. 한때 수많은 신생 기업을 인수하며 스타트업 연합군으로 불리던 옐로모바일은 지금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비상장주식 거래시장에서 투자유의 종목으로 거래까지 중단됐다. 벌써 몇 년째 감사에 필요한 자료를 내놓지 않아 회계감사 의견 거절을 받을 정도니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유니콘이다. 투자유치 당시의 기업가치로 결정하는 유니콘 판정 기준으로 인한, 일종의 해프닝이다. 유니콘을 졸업했다는 티몬도 마찬가지다. 기업가치 급락을 견디지 못해 매각된 사례다. 지난해 9월 매각 당시 기업가치는 1조원의 반의 반 토막도 안 되는 2000억원 수준이었다. 축하할 만한 졸업이 아니라는 얘기다.
새롭게 유니콘 반열에 오른 기업들의 편중 현상도 눈여겨봐야 할 허점이다. 이번에 새롭게 유니콘으로 이름을 올린 곳은 모바일게임을 개발하는 시프트업을 제외하곤 하나같이 플랫폼 기반의 회사다. 아이지에이웍스(빅데이터 플랫폼), 여기어때(O2O 서비스), 오아시스(신선식품 새벽배송), 트릿지(데이터 및 무역 플랫폼) 등 분야만 다를 뿐이다. AI나 핀테크, 우주, 생명공학 등 최근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첨단 미래 분야의 기업은 눈을 씻고 봐도 없다.
물론 플랫폼기업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 승자독식의 룰이 지배하는 곳도 여기다. 성공하면 성장성은 크다. 하지만 대부분 국내 서비스다.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거나 적어도 해외로 뻗어나가려는 곳은 찾기 힘들다. 안 그래도 화장품을 제외하곤 안방만 휘젓는 플랫폼기업이 대부분인 국내 유니콘시장이다. 유니콘이 상장해도 제값을 못 받는 이유다.
유니콘은 탄생보다 성공이 중요하다. 정부가 할 일은 기술창업이 활발해질 여건을 만드는 것이지, 숫자에 얽매인 통계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