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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라 코레 리브레

지난 1일 국가보훈처는 황기환(?~1923) 애국지사의 유해가 순국한 지 100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오게 됐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황 지사는 몇 해 전 인기리에 방송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주인공으로 각색됐던 인물이기도 하다.

평안남도 순천에서 태어난 그는 미국 유학 중 미군에 입대해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고, 1919년 이후 프랑스와 영국 등지에서 다양한 독립운동을 펼치며 활약했다. 그러다 1923년 미국에서 심장병으로 순국했는데 후손도 없이 뉴욕 소재 마운트올리벳묘지에 잠들어 있다가 보훈처 등 관계 당국의 노력이 결실을 봐 조국으로 귀환하는 절차를 밟게 된 것이다.

지난해 필자가 일하는 박물관에 100여년 전 프랑스에서 발간된 잡지책 원본 한 권이 입수됐다. 잡지의 이름은 ‘라 코레 리브레’로, ‘자유대한’으로 번역할 수 있겠다. 이 잡지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주파리위원부 통신국에서 프랑스어로 발행한 월간지인데 1920년 5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통권 13호를 발행했다. 당시 우리나라가 처해 있는 일제의 침략과 억압 그리고 독립운동에 대한 지지와 후원 등을 유럽과 미국 사회에 호소하기 위함이었다. 100여년이 지났기에 이 얇은 잡지의 원본은 매우 드물게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로 이 잡지의 발간을 주도한 인물 중 한 사람이 황 지사다.

박물관이 이 자료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1920년 7월에 발간된 제3호에 실려 있는 사진 때문이다. 사진은 미국 캘리포니아 레드우드비행학교에서 촬영한 것인데 스탠더드사의 J-1 비행기를 배경으로 한장호, 이용근, 이초, 이용선, 오림하, 장병훈 등의 한인 청년 6인과 노백린(1875~1926) 장군이 비행복을 입고 함께 찍은 사진이다. 당시 임시정부의 초대 군무총장 노백린은 미국 지역 동포들을 대상으로 임시정부의 설립을 알리고 독립운동에 동참할 것을 독려하기 위해 한인사회를 순회하고 있었다. 그는 이 학교에서 청년들을 만나게 됐고 이것이 하나의 계기가 돼 임시정부 비행학교가 1920년 7월 5일 캘리포니아 윌로스에서 개교했다. 따라서 대한민국 항공은 이 장면으로부터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곧 우리나라 항공의 출발점이자 공군의 효시라는 역사적 평가를 받을 만한 중요한 기록물 하나를 박물관은 소장하게 된 셈이다.

‘라 코레 리브레’에서는 이 사진의 제목을 ‘한국의 미래 에이스’라고 붙였고, 먼저 발행된 독립신문에는 ‘대한이 처음으로 가지는 비행가 6인’이라는 제목이 붙여졌다. 오는 22일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는 노백린 장군 97주기 추모식이 열린다. 노백린 장군과 여섯 명의 한인 비행가들 그리고 황기환 지사를 기억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당시 애국지사들이 꿈꾸던 ‘미래’는 드라마의 마지막 대사처럼 ‘독립된 조국’으로 일관했을 것이다.

안태현 국립항공박물관장

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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