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개념을 확대하고, 불법파업 시 노동자의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는,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 단독 의결로 국회 첫 관문인 법안심사 소위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은 “민노총 청부를 받아 파업 만능주의를 야기하는 악법을 날치기 처리했다”고 했다. 경제단체들도 “산업생태계와 국가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반발했다. 민주당은 그러나 오는 21일 환경노동위 전체회의에서 노조법을 처리할 계획이다. 이후 국민의힘이 위원장을 맡은 법제사법위 통과가 어려울 경우 법사위를 건너뛰고 ‘본회의 직회부’를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다.
이번 개정안은 노조법상 노동자와 사용자, 노동쟁의의 개념을 확대하는 2조 개정과 노조의 쟁의행위에 따른 기업 손실에 대해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3조 개정이 골자다. 다만 앞서 기업이 노조에 손해배상청구 자체를 막았던 야당 의원들의 최초 발의안보다는 약화됐다. 대신 노조가 불법파업으로 회사에 피해를 입혀 배상해야 하는 경우 가담자 각각의 귀책 사유, 기여도에 따라 책임 범위를 달리 정해야 한다고 규정해 사측의 재산권 행사를 까다롭게 만들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사용자 개념의 확장이다. 개정안은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추가했다. 이에 따르면 원청업체 사장도 사용자에 포함되기 때문에 하청업체 직원이 원청업체를 사용자로 삼아 파업 등 쟁의에 나설 수 있다. 예컨대 현대자동차 하청업체 근로자가 ‘월급이 적다’는 이유로 현대차를 상대로 파업할 수 있고, 울산공장 생산라인도 멈추게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노조법 2조가 현실화되면 기업이 그동안 도급 시행을 통해 추구했던 경영효율성 제고나 노동유연성 확보는 물 건너 가고, 생산성과 수익성 저하로 국제경쟁력 약화, 국내 투자 위축과 해외 탈출 가속화, 산업공동화, 고용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해외 투자자에게 한국은 역시 기업하기 어려운 나라라는 인식을 강화시켜 투자를 외면할 요인도 될 수 있다. 수많은 하청업체는 경영권이 사실상 박탈됨에 따라 사업체 존폐의 위기에 처할 수 있다. 더불어 원청과 하청 노조 간 노사분쟁이 상시화되고 모든 이견은 결국 재판으로 조정될 수밖에 없어 줄소송과 노사관계의 사법화 경향이 가속화할 것이다.
세계는 지금 국가와 기업이 한몸으로 움직이며 자국 중심의 산업생태계와 공급망을 구축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스스로 기업에 불리한 여건을 만들려 한다. 경쟁국이 웃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