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들에게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 탈퇴를 요구하고, 이를 따르지 않은 경우 징계한 대한변호사협회(변협)와 서울지방변호사회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 명령과 과징금 총 20억여원의 제재를 받았다. 당연한 결정이고 지체된 정의의 실현이다. 소비자 편익은 안중에 없고 기득권 지키기에 골몰하는 이익단체에 대한 경종이 돼야 한다.
2014년 2월 서비스를 시작한 로톡은 법률정보가 필요한 의뢰인이 자신에게 맞는 변호사를 직접 찾아 법률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한 온라인 플랫폼이다. 회원 변호사 대부분이 인지도가 낮은, 젊은 변호사다. 로톡은 이들에게 홍보의 장을 제공하면서 소비자에겐 저렴한 수수료로 법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길을 터줬다. 법률시장 문턱이 낮아지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변협은 로톡이 단순한 IT플랫폼이 아니고 사실상 변호사를 중개·알선하는 일종의 온라인 로펌으로 ‘불법 브로커’활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지난 8년간 송사를 벌여 왔다. 법무부가 2021년 로톡 등 광고형 플랫폼은 변호사법 위반이 아니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고, 헌법재판소도 지난해 6월 ‘변호사를 광고·홍보·소개하는 자에게 협조해서는 안 된다’는 변협 규정을 위헌이라 판단했지만 내부 징계를 멈추지 않았다. 변협의 징계 압박에 변호사들이 잇따라 탈퇴하면서 4000명이 넘었던 로톡의 변호사 회원은 반 토막 났고, 로톡은 직원의 50%를 해고키로 하는 등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공정위의 결정이 진즉 나왔다면 혁신 플랫폼의 이 같은 피해는 상당 부분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만시지탄이 아닐 수 없다.
기존 사업자단체와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는 IT 플랫폼 스타트업은 비단 로톡만이 아니다. 프리랜서·소규모 사업자들의 소득신고와 세금환급을 돕는 ‘삼쩜삼’은 한국세무사회, 성형정보 플랫폼 ‘강남언니’는 대한의사협회, 비대면 의료 플랫폼 ‘닥터나우’는 대한약사협회, 프롭테크 직방은 공인중개사협회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 가운데 몇 곳은 택시업계 반발로 무산된 ‘타다 서비스’의 비운을 되풀이할지 모른다.
IT강국이라 자부하는 나라에서 법률시장뿐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는 계속 생겨나게 마련이다. 하물며 똑똑한 인공지능 챗GPT가 세상을 변혁할 것이라 하지 않는가. 정부와 국회는 이익단체와 혁신 플랫폼 간 갈등에 뒷짐만 지고 있어선 안 된다. 타다 서비스 무산이 부른 택시대란처럼 그 피해가 일반인에게 전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모호한 규정을 정비하고 필요하다면 입법도 해야 한다. 이익단체들의 기득권에 혁신의 싹이 꺾이는 나라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