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콜라(하루에 콜라 한 캔)’를 하던 지인은 최근 콜라와 이별했다. ‘이별 연습’ 기간에 제로콜라를 마시더니 아예 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건강해지고 싶다고 했다. 반면 제로콜라가 있어도 일반콜라만 마시는 지인도 있다. 맛이 다르다는 이유다.
기자는 마시고는 싶은데 당이 신경 쓰여 ‘제로’를 선택한다. 자신은 마셔도 아이에게는 탄산음료를 일절 주지 않는다는 사람도 봤다. 그의 아이는 콜라맛을 아직 모른다.
음료회사는 누구의 입맛을 맞춰야 할까. 업체가 파는 것 중 제품을 고르던 시대는 저물었다.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이 출시돼야만 살아남는 시기다.
올해 초 이디야커피, 메가커피 등 커피업체는 디카페인 메뉴를 대폭 추가했다. 소비자 선택권을 넓힌다는 차원이었다. 이디야커피의 경우 1월 4일 선보인 디카페인 에스프레소 음료의 누적 판매량이 12만잔을 돌파했다. 시장이 바로 반응한 것이다. 다르게 말해 식품업계는 다양해진 고객 수요에 더 기민하게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아직은 제로 열풍이 유효한 모양새다. 건강을 챙기는 ‘헬시플레저 열풍’이 강해지면서 술도, 베이커리도, 고기도 조금이라도 덜 몸에 부담이 가게 하는 대안 제품이 나오고 있다. 실제 당 저감은 기본에 알코올 도수까지 최저로 낮춘 소주 ‘선양’이 3월 2일 출시된다. 지난해 9월 출시된 롯데칠성음료의 저당 소주 ‘처음처럼 새로’는 약 4개월간 182억원어치가 팔렸다. 2분기에는 640㎖ 페트병도 출시될 예정이다. 신세계푸드는 올해 1월 대안육 베러미트를 ‘더 베러 베키아에누보’에서 정식 판매하면서 마켓컬리를 통해 온라인 판매도 시작했다.
사실 헬시플레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에도 웰빙푸드, 친환경 먹거리라는 유행이 있었다. 건강이 중요하지만 먹던 걸 먹을지, 끊을지 아니면 제로라는 일종의 버퍼존(완충지대)을 지킬지에 대한 소비자의 고민이 반복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업계가 자주 말하는 내수시장의 한계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제로·저칼로리 탄산음료시장은 2016년 903억원에서 2021년 2189억원(추정치)으로, 2.4배 성장했다. 소비자가 요구하는 제품이 나오면 시장은 반응한다는 근거다.
다만 ‘제로 열풍’이 언제까지 불지는 아무도 모른다. 관건은 지속 가능성이다. 제로로 대표되는 대안 제품은 이제 막 관심과 선택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고기는 먹고 싶지만 진짜 고기는 싫은, 단 건 좋지만 설탕은 싫은 이들의 입맛이 주류가 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분명한 건 사람들이 자신의 욕구에 더욱 솔직해졌다는 점이다.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면서 건강을 중시하는 이도 있지만 콜라를 포기하지 않는 지인처럼 현재 욕구에 더 충실해진 이도 있다. 물론 시선을 신경 쓰며 신제품을 즐기는 이도 있겠다. 콜라를 포기하든, 먹던 맛을 고수하든, 둘 다 포기하지 못하든 ‘주는 대로 먹지 않는 소비자의 시대’에서 업계의 고심은 깊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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