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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금융사 은행업무 허용 추진은 금융산업 재편 신호탄

정부가 보험, 증권사 등에 은행의 일부 업무를 허용해주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경쟁촉진을 통해 은행 과점 체제를 깨뜨리겠다는 것이다. 이름부터 목적이 뚜렷한 금융위원회 산하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 및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가 주도하는 일이니 결과가 무엇이든 은행의 철옹성 영업장벽엔 균열이 생길 수밖에 없다.

따지고 보면 올 것이 왔다. 그간 한국의 은행들은 금산 분리의 보호막 아래 규모와 점유율 위주의 경쟁에만 몰두해왔다. 지난 50여년간 금융연관비율(실물자산 대비 금융자산비율)이 2.6배에서 11배로 늘어나는 양적 성장을 이뤘지만 금융선진화는 요원했다. 예대마진 위주의 수익창출에만 몰두한 결과였다. 수익의 90%가 이자라면 말 다한 것 아닌가. 대부업체와 다를 게 뭔가. 덩치만 커졌지, 드리블기술은 예전 그대로인 축구선수와 같다. 이런 상황에서 고금리에 허리가 휜 서민을 외면한 채 사상 초유의 이자수입으로 도를 넘는 그들만의 돈잔치를 벌였으니 어마어마한 후폭풍을 맞아도 할말이 없다.

금융당국의 최근 움직임은 일종의 금융산업 재편 정책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준점은 은행이지만 모든 금융사에 영향을 미친다. 신중하고 세심한 정책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이유다.

금융산업 재편의 핵심은 사회적 필요성과 편의성, 안정성이다. 일단 정부는 과격하기보다는 점진적인 전략을 택했다. 지급 결제, 대출, 외환 등 은행 업무를 ‘스몰 라이선스(인가 세분화)’ 방식으로 대형 증권사와 보험사, 카드사, 저축은행 등에 열어준다는 것이다. 그럼 은행에 가야만 하는 일들이 다른 금융사에서도 가능해진다. 날마다 줄어들고 자동화기기로 대체되는 은행 지점을 고려하면 금융소비자 입장에선 환영할 만한 일이다. 기업도 증권, 보험 계좌를 은행 계좌처럼 활용할 수 있으니 나쁠 게 없다. 편의성은 합격이다. 핀테크 대환대출 플랫폼의 허용 방침도 발전하는 IT기술의 금융활용도를 높여 낮은 금리로 갈아탈 수 있게 해주는 일이니 사회적 필요성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남은 문제는 안정성이다. 밉든 곱든 은행은 일종의 사회안전망이다. 공적 기능이 크다. 은행 파산은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한다. 예금자보호법과 같은 공적 보조가 주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게다가 현재의 금융산업은 겸업주의 체제다. 보험, 증권 계열사 없이는 금융지주 행세도 못한다. 은행에서 뺏어봐야 결국 자회사로 간다.

체질을 바꿔야지, 밥그릇만 줄이는 건 실패하는 다이어트의 표본이다. 경쟁을 넘어서는 해법까지 고민해야 한다. 그게 진정한 금융산업 재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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