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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칼럼] 아이의 쉼터, 부모라는 자리

새 학기가 다가온다. 해마다 새 학기가 되면 부모도, 아이도 다시 한 번 더 마음을 다잡게 된다. 특히 학부모는 그 누구보다 긴장 상태가 된다. 1년간 어떻게, 무엇을 가르치고 지도해야 하느냐에 대해 자녀와 마찬가지로 첫 학기에 들어서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이후부터는 자녀의 학업과 관련해 부모의 경제적·정신적 부담이 급속히 증가한다고 한다.

학교 입학 전까지는 본능에 충실한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상호작용하면 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몸은 힘들지만 정신적으로는 평온한 시기’를 보내게 된다. 하지만 입학 이후부터는 그야말로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가 다가온다. 그만큼 신경 쓸 일이 증가한다. 그중에서도 학업 부담은 날이 갈수록 부모의 어깨를 짓누른다. 개학 시즌이 되면 서울의 학원가 아파트값이 들썩인다는 것도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한다. 내 아이의 학업 성적이, 대학 입학 결과가 부모의 성적표로 다가오는 정신적 부담과 함께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로 경제적인 부담이 가중되는 사례도 다수 발견할 수 있다.

2021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초등학교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32.8만원, 중학교 1인당 사교육비는 39.2만원, 고등학교는 41.9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것은 초등학교의 사교육 참여율은 82%, 중학교는 73.1%, 고등학교는 64.6%로 나이가 어릴수록 사교육 참여율이 높게 나타나는 것이다. 여러 의미로 해석할 수 있지만 자녀의 초등학생 시기부터 학부모의 관심사가 여러모로 아이의 ‘교육’에 집중돼 있는 단면을 보여준다.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반문해본다. 남들보다 내 아이에게 더 무엇을 ‘시키고 있는가’에 집중하고 있지 않은가? 사교육과 공교육의 장단점, 사교육의 무용성을 논하고자 함이 아니다. 학령기에 막 접어든 초등학교 시기에 이러한 눈에 보이는 (사)교육 말고 과연 무엇이 더 아이에게 중요한가를 생각해본 적이 과연 있냐는 것이다. 내 아이가 세상에 던져졌을 때 스스로 난관을 극복할 힘을 지녔는지 번번이 생각하고 있는가?

어느 학원에 다니는지, 어떤 예체능을 배우는지, 학습지를 몇 개 하는지, 어느 대학에 들어갈 것인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해당 연령에 반드시 해야만 할 일들을 부모가 알려주고, 스스로 자녀가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풍문에 따르면 신발끈 잘 묶고, 자기 방 잘 치우는 것이 성공한 사람들의 특징이라고 한다. 반드시 풍문에만 그칠 수도 없는 것이 연령별 과업을 습득할 수 있는 적정 시기는 정해져 있다는 학문적 결과와 일치하기 때문이다.

사람에 대한 사랑을 배우고 사랑하는 방법, 사랑받는 방법을 배우는 시기는 정해져 있다. 조건 없는 사랑을 부모로부터 느끼고 체득할 수 있는 시기도 정해져 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더 좋은 무엇인가를 물려주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지만 본질을 까맣게 잊을 때가 대부분이다.

우리 아이들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진가를 지닌 특별한 개체다. 부모의 역할은 이러한 아이들에게 영양분을 공급하고 더 잘 자랄 수 있도록, 개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힘들 때 쉴 수 있도록 옆자리를 내어주며 지켜봐주는 것일 테다. 새 학기를 맞아 잠든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며 되새겨본다.

“넌 아주 특별한 존재란다. 마음껏 세상에서 헤엄칠 수 있도록 쉼터이자 안전장치가 돼줄게.”

이윤진 서원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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