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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더 나빠질 게 없는 복합경제위기, 이제 희망이 생긴다

나빠질 건 다 나빠졌고 드러날 것도 다 나타났다. 한국 경제의 복합 위기는 이제 분수령에 거의 도달한 느낌이다. 바닥 밑에 지하실도 있다지만 치고 올라갈 여력과 가능성도 그만큼 생겼다. 줄줄이 발표되는 경제지표들이 그걸 말해준다. 온통 잿빛만은 아니다. 이제 희망도 보인다.

세수 부족은 충격이지만 예상한 결과였다. 올해 1월 국세수입은 42조9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6조8000억원이나 감소했다. 1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폭 감소다. 정부는 코로나로 연기해준 세금이 지난해 1월 많이 들어왔던 기저효과 때문이라고 애써 주장한다. 하지만 그걸 고려해도 이 정도로 급속히 줄어든다면 올해 세수 부족 우려를 낳기에 충분하다. 실제로 경제활동의 바로미터인 부가가치세가 3조7000억원이나 줄었고 법인세와 소득세도 각각 7000억원, 8000억원 각각 감소했다. 늘어난 것은 오로지 주세(1000억원)뿐이다. 안 그래도 적자 예산인데 적어도 국회에서 추경 운운하기는 어렵게 됐다.

2월 수출입 실적은 그나마 다행이다. 무역수지 적자가 2월에만 53억달러나 더 쌓여 두 달 만에 지난 한 해 적자액의 40%에 육박하지만 수출 감소율이 7.5%로 1월의 16.6%에 비해 현저히 둔화됐다. 반도체가 거의 반 토막 났고 에너지 수입 증가가 여전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정도로 다행스러운 수치다. 다달이 범부처 수출상황점검회의를 열면서 실적과 이행 상황을 점검해온 정부의 노력에 역대 최고에 육박하는 실적을 거둬 응답한 자동차와 이차전지, 기계 등의 눈물겨운 분투 결과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산업활동 동향에서도 전 산업생산은 비록 미미하지만(0.5%) 4개월 만에 상승세로 전환하는 데에 성공했다. 특히 제조업 생산 3.2% 증가가 반갑다.

이제 금융시장만 안정되게 버텨주면 하반기에 위기의 터널을 빠져나오는 것도 허황된 희망은 아니다. 다행히 원/달러 환율은 2일 하락세로 출발했다. 환율은 지난달 23일 한국은행의 금리 동결 이후 1300원을 넘기며 급상승했지만 2월 큰 폭의 무역수지 적자에도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이다. 급격한 외자 유출도 감지되지 않는다. 오히려 외환보유액은 1월까지 3개월 연속 증가했다. 동절기도 넘어간다. 무역적자의 아킬레스건인 에너지 수입이 줄어든다는 예정된 무역수지 호재도 있다. 기대엔 못 미친다지만 중국 리오프닝(경제 재개방) 효과가 전혀 없지도 않을 것이다.

경제는 심리다. 긴장과 위축은 할 만큼 했다. 여전한 부진만 볼 일이 아니다. 좋아진다는 하반기는 이제 불과 서너 달밖에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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