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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2월 4%대 물가, 가뭄 끝 단비지만 안심은 이르다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4.8%는 가뭄 끝 단비와 같다. 미국의 물가는 잡힐 줄 모르는 7%대의 상승세인 와중에 나온 수치여서 더욱 반갑다. 지난달 23일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했던 한은 금통위도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참으로 목놓아 기다리던 4%대 물가다. 2022년 4월(4.8%) 이후 10개월 만이다. 지난해 11월부터 5%대 횡보로 애태우던 물가였다. 다시 4%대로 떨어지는 데 근 반년이 걸렸다.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의한 물가변동분을 제외함으로써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할 수 있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도 마찬가지로 상승률 4.8%다. 반짝하고 말 일시적인 4%대는 아니라는 얘기다. 이로써 정부가 보는 전망인 2분기 4%대, 하반기 3%대 물가 가능성에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줄곧 이렇게 예상대로 가면 좋으련만 안심은 금물이다. 우선 미뤄둔 이자가 너무 많다. 수도·전기·가스료는 아직 필요한 인상분의 10%도 올리지 못했다. 교통비와 공공요금 인상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게다가 정부 개입으로 인위적으로 억눌린 요인은 여전하다. 안 그래도 정부는 개별 상품의 가격 인상에 고도의 심리전을 펼치는 중이다. “세금 좀 올랐다고 출고 가격 올리냐”(추경호 경제부총리) 는 말로 소비자의 공분을 부추겨 소줏값 인상을 철회시킨 정부다.

그렇게 잡혀질 물가가 아니다. 오히려 미뤄둔 이상으로 차후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시장 가격 왜곡 현상만 부추긴다는 얘기다. 실제로 공산품 물가는 5.1%에 달하고 가공식품의 상승률은 거의 15년 만에 최고인 10.4%다.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144개 품목을 집계해 체감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도 상승률이 5.5%나 된다.

재정의 영향도 생긴다. 정부는 상반기에만 전체 예산의 65% 수준인 383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2월까지 중앙재정 기준으로 전년보다 10조3000억원이나 더 나갔다. 올해 상저하고 경기를 방어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임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인플레와 물가 상승 요인임도 부정할 수 없다.

무엇보다 4%대 물가를 안심해선 안 되는 이유는 그 자체로 고물가라는 점이다. 지난해 7월 6.3%의 정점에선 내려왔다 해도 여전히 5%에 가까운 물가는 생활안정적인 2%대 물가와 차이가 크다. 게다가 은행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면 임금 인상이 제자리 걸음인 대부분의 근로자는 실제 가처분소득이 줄어든다. 여전한 고금리 상황도 고통을 더한다.

경계를 늦추지 않는 스마트한 소비생활이 어느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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