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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예상 밖으로 건강하고 긍정적인 한국 청년의 삶

국무조정실이 7일 발표한 ‘22년 청년 삶 실태조사’ 결과는 예상 밖이다. 기존의 통계와는 다른 건강하고 긍정적인 부분이 많다. 의아스러울 정도다. 연령대와 질문 문항의 차이로 그럴 수는 있다. 하지만 청년을 대상으로 한 최초의 국가 승인 통계 조사라는 점에서 의미는 적지 않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7월부터 8월까지 만 19~34세의 청년 가구원을 포함하는 전국 약 1만5000가구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지난 2020년 제정된 청년기본법에 따라 2년마다 실시하게 된 조사다. 결과는 헬조선, N포세대 등의 신조어를 무색하게 만든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취업 부문이다. 청년의 취업자 비율이 67.4%에 달한다. 열에 일곱은 직장에서 돈 번다는 얘기다. 통계청이 집계하는 청년(15~29세) 고용률은 대개 50%에도 미치지 못한다. 지난 1월도 46.1%에 불과하다. 30대 초반 연령대의 반영 유무를 고려해도 그토록 큰 격차는 꽤 유의미하다. 이들의 평균 임금(세금 공제 전)은 252만원이다. 전체 임금근로자의 중위소득(250만원)을 넘어선다. 임금 순으로 줄을 세우면 다만 2만원이라도 위쪽이란 얘기다. 부채도 1172만원으로, 소득대비 충분히 견딜 만한 수준이다. 평균 근속기간도 31.6개월이다. 알바와 인턴을 전전하며 몇 달 만에 직장을 옮기는 게 아니라 대개는 2년 반 넘게 한 곳에 다니는 셈이다. 취업전선에 뛰어든 초창기로는 결코 짧지 않은 기간이다. 10여년 전부터 사회적 문제로까지 대두돼온 은둔형 청년의 비율도 2.4%에 불과하다.

청년이 갖는 현재 우리 사회에 대한 인식도 긍정적이다. 현재의 삶에 대한 만족도(0~10점)는 6.7점이다. 통계청이 지난 21년 조사한 국민 전체 삶의 만족도(5.9점)보다 높다. 자신이 바라는 미래에 대한 실현 가능성에도 94.8%가 낙관적으로 답했다. 전혀 실현할 수 없다고 비관적인 응답을 한 청년의 비율은 5.2%에 불과하다. 그러니 미혼 청년 중 75.3%가 ‘향후 결혼계획이 있다’고 응답한다. 출산 의향도 63.3%나 된다. 우려할 만한 비혼주의 만연과는 거리가 멀다.

물론 주거와 소득을 비롯한 경제 문제는 결혼과 출산을 막는 여전한 장애물이다. 희망과 의지, 현실과 실행이 다른 것도 사실이다. 청년 셋 중 하나가 최근 1년 동안 진로 불안과 과중한 업무로 번아웃(소진)을 경험했고 넷 중 하나는 소득 중하층으로 인식하는 등의 부정적 측면들도 없는 건 아니다.

그렇다 해도 오늘날 한국 청년 삶의 질은 결코 나쁘지 않다. 주관적으로 응답한 결과가 그렇다. 천만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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