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산업을 둘러싼 치열한 글로벌 각축전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15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비상경제민생회의는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미-중 패권경쟁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고 있는 가운데 미래 먹거리인 4차 산업혁명 기술의 주도권을 쥘 대한민국의 미래 지도를 설계하는 자리여서다.
정부는 초격차 기술력 확보, 지역특화형 클러스터, 튼튼한 생태계 구축, 투자특국(投資特國·세계에서 투자하기 가장 좋은 나라), 통상역량 강화 등 6대 과제를 미래 비전을 실행할 기본 뼈대로 삼았다. 또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바이오, 미래차, 로봇 등 우리나라가 강점을 가진 6대 산업에 대해서는 업종별 세부 전략을 마련해 550조원을 투자하는 등 세계 최고로 도약할 수 있도록 지원키로 했다. 천문학적 투자로 자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을 설계하고 있는 미국은 물론 중국, 대만, 일본 등 우리 경쟁국들이 첨단산업 부문을 마치 국영기업 처럼 지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도 정부와 기업이 한몸이 됐다는 점에서 중요한 터닝포인트를 만들 수 있게 됐다.
첨단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미래 비전 가운데 돋보이는 대목은 수도권인 용인에 215만평 규모의 세계 최대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것이다. 이곳에 2042년까지 첨단 반도체 제조공장 5개를 구축하고 국내외의 우수한 소재·부품·장비업체, 팹리스(반도체 설계) 등 최대 150개를 유치한다는 계획은 대한민국이 반도체 글로벌 생산기지로 미래 공급망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이 메모리 1등에 이어 반도체 산업생태계의 전 밸류체인에서 세계를 리드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진다는 점에서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용인 클러스터에 20년간 300조원을 투자하는 삼성의 통 큰 결단이 몰고 올 긍정적 효과가 더없이 반갑다. 직·간접 생산유발 700조원, 고용유발 160만명의 효과가 기대된다. 또 전국에 있는 사업장을 중심으로 10년간 60조1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해외에서 달러를 벌어온 삼성이 국내에 이렇게 통 큰 투자를 결단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사업보국의 기업철학이 또 한 번 빛을 발했다. 좋은 일자리에 목마른 미래세대에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준 것이다.
이번 투자를 계기로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삼성의 기업가적 야성이 또 한 번 발휘됐다. ‘혁신산업의 게임체인저’라는 이미지도 더 공고해졌다. 이제는 국가적 차원의 응원이 필요하다. 세계 각국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지금은 정부와 기업이 ‘한국회사(Korea Inc.)’처럼 한몸으로 움직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