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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MZ세대 반발에 결국 손보게 된 주 69시간 근무제

한 주에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게 하는 근로시간제도 개편안에 윤석열 대통령이 재검토를 지시하자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MZ세대의 얘기를 듣는 자리를 이어가고 있다. 애초 노동부는 일이 많을 때 몰아서 일하고, 쉴 때 제주도 한 달 살기도 가능하다는 ‘주 최대 69시간 근무제’가 MZ세대의 호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딴판이었다. 쌓인 연차도 못 가는데 근로시간만 늘어나는 ‘현실성 없는’ 얘기라며 등을 돌린 것이다.

노동부가 추진하는 근로시간 개편이 주 단위로 묶인 경직된 52시간제를 풀어 일이 몰릴 때와 쉴 때 유연하게 운용하자는 취지임을 MZ세대가 모르는 바 아니다. 장시간 연속 근로를 막는 설계로 전체적으로는 근로시간이 줄어든다는 점도 인정한다. 그럼에도 기업의 근무환경과 동떨어져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본다.

실제로 현행 근로기준법상 연차휴가를 모두 소진하는 기업은 40.9% 수준에 불과하다. 대체인력이 부족해 휴가를 못 쓰는 일이 허다하다. 한 달짜리 휴가는 꿈도 꿀 수 없다. 정부는 근로자 대표와 기업이 협의를 통해 정하면 된다지만 개인의 선택권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4일 근무제까지 등장하는 처지에 거꾸로 가는 제도로 비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1915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716시간)보다 여전히 199시간이나 길다. 한국인은 독일보다 연간 566시간 더 일한다. 외국 언론마저 ‘과로사’란 한국말을 그대로 쓰며 윤 정부의 ‘주 69시간’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 안이 반발에 부딪히자 여권 내에선 주 52시간 근무제를 유연화하는 틀은 유지하되 논란이 된 주 최대 69시간을 64시간으로 바꾸자는 얘기가 나온다. MZ세대의 걱정을 불식시키기엔 모자란다.

근로시간의 제한은 근로자의 휴식권과 건강권에 초점이 맞춰지는 쪽으로 바뀌어왔다. 상한선을 둬 지나친 노동으로 인해 건강이 나빠지는 것을 막는 것이다. 몰아서 일하고 쉬는 개정안이 비판을 받는 이유다. 근로자의 건강은 개인의 삶의 질뿐 아니라 기업의 생산성과도 연결된다. 2018년 도입된 주 52시간 근무제가 애초 우려와 달리 기업의 생산성이 줄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근로시간 단축이 근로자의 피로를 줄여줬기 때문이다.

MZ세대와 만나 소통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게 불신을 불식시키는 것이다. 주 52시간과 연장근로수당·임금, 휴식권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 ‘주 52시간제’ 아래서도 장시간 근로, 연장근로시간 불법·편법이 만연”하다는 MZ노조의 주장을 새겨듣기를 바란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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