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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0.78, 89, 280 그리고 3.0

무슨 난수표가 아니다. 요즘 들어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는 숫자들 말이다. 0.78은 지난 2022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다. 문제는 특별한 대책이 없는 한 이 숫자는 계속 곤두박질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지난 2012년 출산율 1.3이 10년 후 2022년에는 0.78로 떨어졌으니, 또 10년 후 2032년 대한민국 출산율은 대체 얼마나 될까?

89? 이건 무슨 숫자일까? 지난 2021년에 정부는 전국의 89개 기초지방자치단체를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했다. 즉 인구감소로 말미암아 지역소멸이 우려되는 시군구 숫자다. 지난해부터 정부는 이 89라는 숫자가 빠르게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지방소멸대응기금’이라는 것을 만들어 운용하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280? 훨씬 더 큰 이 숫자는 또 무엇을 의미할까? 지난 2005년 대통령이 위원장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출범했는데 이후 2021년까지 16년 동안 중앙정부가 저출산 대응으로만 쏟아부은 돈이 물경 280조원이라는 것이다.

이상 난수표에나 나올법한 숫자들을 살펴봤는데 이제 이런 현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일까? 웹 3.0이나 정부 3.0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제는 인구정책도 3.0 시대로 가야 한다. 이런 과감한 대책이 없으면 지역의 인구는 줄어들고 학교는 없어질 것이며 지역은 활력을 잃어 종래에는 소멸되고 말 것이다. 사실상 이 모든 것은 인구문제에 다름아니다. 곧 인구밀도의 문제이며 인구분포의 문제이며 그리고 저출산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향후 10년간, 0.78은 최소한 1.0 이상으로, 89는 50 이하로, 280은 500 이상으로 만들어야 한다.

인구정책 3.0이란 다음과 같아야 한다. 첫째, 출산율 목표를 대담하게 상향 설정해 그것을 달성해내는 것이고, 둘째, 인구를 전 국토에 걸쳐 골고루 분포하게 유도하는 것이고, 셋째, 이민정책을 대담하게 뜯어고쳐 이민자를 적극 받아들이는 것이고, 마지막으로는 이를 위해 창조적 상상력을 갖고 있는 민(民)과 예산과 제도를 갖고 있는 관(官)이 진정한 의미에서 협치를 하는 것이다.

다행히 올해 국토교통부를 비롯해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농림축산식품부, 보건복지부, 해양수산부, 중소벤처기업부가 도시 은퇴자나 청년들의 지역이주를 돕기 위해 ‘지역활력타운사업’ 공모를 한다고 하니, 이는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다. 또한 지역의 정주여건 개선과 이주민 정착 지원을 위해 맞춤형 주거와 수도권 수준의 생활 서비스에 아울러 일자리까지 만들겠다는 계획이니 기대하는 바가 크다. 이 대목에서 주거와 일자리, 여기에 하나 덧붙이고 싶은 것은 이들이 문화활동 등을 할 수 있게 시간을 배려해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 지역소멸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아주 많다. 관과 민이 실질적 거버넌스를 만들어 머리를 맞대면 안 될 일도 없고 못할 일도 없다. 우리는 현대판 유토피아로 불리는 스페인 마리날레다 자치시의 시장 마누엘 산체스의 말처럼 “현재에 세워지지 않는 미래는 없다”라고 진심으로 믿어야 한다.

장원 농촌유토피아연구소 대표

hwshi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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