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매산 세 봉우리가 만들어낸 합천호 수중매 위로 한 폭의 수묵화처럼 수상 태양광 매화가 펼쳐졌습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유튜브 채널의 콘텐츠 ‘합천댐에 태양광 꽃이 피었습니다’는 이런 문구로 시작한다. 2021년 11월 24일 문재인 전 대통령은 경남 합천군 합천댐에서 진행된 수상태양광발전 개시 기념행사에 참석했다. 국내 최대이자 세계 10위 부유식 수상태양광발전 시작을 알리는 곳이었다. 앞선 10월 7일에는 인천 청라지구에서 열린 ‘수소경제 성과 및 수소 선도국가 비전 보고’에 참석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과 수소트램을 체험하고 “수소경제는 우리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미래 경제의 핵심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정상회의에서 2030 NDC(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를 ‘2018년 대비 40% 이상’으로 발표하기 전후로 문 전 대통령은 태양광과 수소 현장을 챙겼다. 태양광과 수소는 문재인 정부 에너지 정책의 ‘투톱’이었다. 그랬던 투톱은 윤석열 정부 들어 전(前) 정권의 ‘꼬리표’가 됐다. 에너지업계에서도 “워낙 이전 정부의 역점 정책이었던 관계로 현 정권에서 전면에 드러나 추진되기에는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반면 윤석열 정부가 최근 공개한 ‘탄소중립·녹색성장 청사진’에서는 태양광과 수소가 눈에 띈다. 기업들이 2018년 대비 줄여야 할 탄소감축량을 14.5%에서 11.4%로 조정해 산업부문 부담을 낮추겠다는 정부 발표에는 태양광·수소 등 청정에너지 비중을 늘려 탄소배출 400만t을 추가로 감축하겠다는 방안도 포함됐다. 400만t은 산업부문의 줄어든 부담(810만t)의 절반 수준이다. 특히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조화를 통한 균형 잡힌 ‘에너지 믹스’가 제시됐다. 윤석열 정부가 경제성장동력을 키우면서도 2030년 NDC와 2050 탄소중립 기존 목표를 유지하기 위해 태양광과 수소를 비중 있는 역할로 본 셈이다.
지정학 시대에 ‘에너지는 정치’라는 말이 더 뚜렷해지고 있지만 태양광과 수소를 정치로만 접근한다면 거대한 탄소중립 흐름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 실제 중국을 거세게 견제하는 미국조차 자국의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 속도가 붙지 않자 중국산 태양광 패널 수입을 재개했다. 중국의 태양광 패널은 전 세계에서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의 영향력을 갖고 있다. 정치외교적으로는 등지고 있지만 에너지 전환에서는 미국도 중국의 태양광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는 얘기다.
태양광·수소 비중을 키우는 청사진을 제시했다면 다음 단계는 활성화 정책이다. 청정수소발전 입찰시장이 조속히 개설돼야 하고, 연료전지의 연간 입찰물량도 대폭 늘리는 것이 대표적이다. 수소 등 미래 에너지기술 및 설비에 투자해온 기업들로서는 생태계가 열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번 정부 발표로 태양광과 수소가 완전히 꼬리표를 뗐다고 보기는 어렵다. 정권과 무관하게 에너지 전환의 주요 정책과 기술로 지속되는 것이 관건이다. 정치적 색안경을 끼는 순간 꼬리표는 더 꽉 붙게 된다. 훗날 K-반도체에 ‘윤석열정부’라는 꼬리표가 붙어서는 안 되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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