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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협치 실종된 ‘양곡법’, 부작용 커 재의 요구해야

정부가 초과 생산된 쌀을 의무 매입하는 내용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169석의 수적 우위를 앞세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사실상 강행 처리됐다.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양곡법은 초과 생산량이 3~5% 이상이거나 가격이 5~8% 넘게 하락하면 초과 생산분을 정부가 전부 사들이도록 의무화하는 게 골자다. 민주당 원안인 초과 생산량의 3% 이상을 ‘3~5%’까지로 하고, 가격 하락폭은 5%에서 ‘5~8%’로 바꾼 김진표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뼈대로 했다.

양곡법을 놓고 여야는 평행선을 달려왔다. 민주당은 농민 생존권 보호를 앞세웠고, 정부 여당은 쌀 과잉 생산과 재정 부담이 늘어난다며 반대해왔다. 김 의장이 여당의 반발을 일부 수용, 벼 재배면적이 늘어나면 정부 재량으로 매입을 안 할 수 있게 정부 재량권을 넓혀주는 수정안을 제시했지만 여야 협치는 없었다. 개정 양곡법은 정부 재량권을 넓혔다지만 본질인 의무 매입 강제로 부작용이 클 수밖에 없다. 정부는 쌀 가격이 내려갈 때마다 그동안 17번의 시장격리 조치를 통해 쌀 수매를 계속해왔다. 공공비축제 도입 이후 세금이 약 23조원 투입됐지만 과잉 생산은 이어지고 있다. 쌀 소비가 줄어들고 있는데 생산은 더 늘어나는 구조다. 쌀값 안정화에 기여할 지도 미지수다. 2030년에는 과잉 생산으로 80㎏당 17만2000원으로, 지난 5년 평균 가격(19만3000원)보다 되레 떨어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한정적 재원안에서 쌀 수매에만 1조원 이상을 투입할 경우 축산 등 다른 분야 형평성 문제도 있다. 가뜩이나 불안한 식량안보도 뒷걸음질칠 수 있다. 판로 부담이 없는 쌀 재배로 옮겨가면 다른 작물 재배가 타격을 받게 마련이다. 우리나라는 쌀은 자급자족하지만 밀과 옥수수, 콩 등은 거의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기상재해나 국제정세가 불안정하면 식탁이 위험할 수 밖에 없다.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농민 사이에서도 나오는 이유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제2, 제3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는 입장이나 여야가 정쟁으로 치달으면 농민 피해만 커진다. 정치적 셈법이 아니라 식량안보와 농업 전체를 아우르는 균형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차제에 수급 전망의 정확도도 높일 필요가 있다. 정부는 지난해 쌀 생산량이 15만5000t 초과 생산할 것으로 보고 쌀값 폭락을 우려해 격리 매입했다. 그런데 정작 약 28만t의 쌀이 부족하게 됐다. 수매비용만 늘어나고 쌀값은 쌀값대로 뛸 형편이다. 정부 예측 실패 책임도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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