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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LG엔솔 美에 최대 공장, K-배터리 글로벌 선두 발판으로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이 미국 애리조나에 7조2000억원을 투입해 배터리공장을 짓기로 했다. 합작회사가 아닌 독자 배터리공장으로는 북미지역 최대 규모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최대 전기차시장으로 부상 중인 북미에서 고품질·고성능 배터리 수요가 급증하자 기존 투자계획(1조7000억원)보다 4배 넘게 늘린 것이다.

IRA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되고 미국산 부품·광물을 일정 비율 이상 포함한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에만 세액을 공제해주기 때문에 배터리 제조기업들은 북미 공장 생산비율을 높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번 투자로 LG엔솔은 북미에 총 7개의 생산기지를 확보하게 돼 한·중·일이 펼치는 배터리 3국 대전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세계 전기차 점유율 1위 테슬라의 원통형 배터리는 현재 LG엔솔과 일본 파나소닉, 중국 CATL이 공급하고 있다. CATL은 중국 기업이라 미국 내 증설이 어렵고 파나소닉은 이미 미국 내 생산제품 중 대부분을 테슬라에 공급하고 있어, 추가 협력이 가능한 곳으로 LG엔솔이 1순위로 꼽힌다. 지난해 1~10월 기준 북미 배터리시장 점유율(SNE리서치)은 파나소닉이 48%로 1위, LG엔솔이 18%로 2위인데 애리조나 공장이 완공되면 파나소닉 1강 구도를 깨고 LG엔솔이 시장을 양분할 수 있게 된다.

전기차 등 미래 모빌리티 혁명의 동력원인 배터리 산업의 글로벌 패권경쟁은 반도체만큼이나 뜨겁다.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탑재량에서 CATL은 시장점유율 37%를 기록해 6년째 1위를 지켰다. 점유율은 전년보다 4%포인트 상승했다. 점유율 13.6%를 차지한 LG엔솔과 중국 비야디(BYD)가 공동 2위를 차지했다. LG엔솔의 시장 점유율은 2021년 19.7%에서 6%포인트 하락했다. 배터리 상위 10위 기업 가운데 6개가 중국 업체로, 전체 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세계 최초로 리튬이온 배터리를 상용화했고, 2015년까지 배터리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했던 배터리 종주국 일본이 2030년까지 세계 시장 20% 점유를 목표로 대규모 투자(민관 53조원 규모)에 나섰다. 조금만 방심해도 중국과의 격차는 커지고 일본에 따라잡히는 처지로 몰릴 수 있다.

중국의 배터리 굴기를 견제하는 미국과 유럽의 인플레이션감축법은 K-배터리가 글로벌 1위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요인이다. 테슬라의 손을 잡은 LG엔솔, GM과 합작하는 삼성SDI, 포드와 제휴하는 SK온이 북미 시장에서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정부도 배터리 핵심 광물 공급망 확보로 적극 뒷받침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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