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은행 위기 여진이 독일 최대 투자은행(IB)인 도이체방크까지 흔들고 있다. 주가가 24일(현지시간) 장중 14% 이상 급락하며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여파가 심상치 않다. 독일 총리가 “도이체방크는 크레디트스위스(CS)와 다르다”고 이례적으로 민간 은행 비호에 나섰지만 불신은 여전하다. 부도위험지수 가늠자인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최근 급등한 게 시장불안감을 반영한다. 스위스 1위 투자은행 UBS가 크레디트스위스(CS) 인수 과정에서 170억달러 규모(약 22조원)의 AT1(코코본드·조건부 전환사채)를 모두 상각처리해 휴지 조각이 되면서 불똥이 튀었다. AT1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고 과거 구조조정 이력이 있는 도이체방크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 것이다. 은행위기에 대한 투자자 공포가 재무건전성이 탄탄한 은행까지 집어삼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도이체방크를 흔들어놓은 건 실체적 위험보다 불안심리가 작용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점이 많다. 도이체방크는 지난해 순수익이 전년 대비 159% 상승한 50억유로(약 7조원)를 기록했고 유동성도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소셜미디어에서 CS와 유사하다고 언급되면서 위기설이 돌아 투매 현상이 빚어진 것이다.
SVB발 금융위기 불안이 유럽과 미국 중소은행으로 번지는 상황에서 우리도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저축은행, 카드, 캐피털, 보험사 등 2금융권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험노출액 규모가 115조5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수준이다. 연체율도 8.2%로, 2021년 말(3.7%) 대비 두 배 이상 뛰었다. 부동산경기 하락과 맞물려 상황은 더 나빠질 수 있다. 부동산 미분양물량(7만5000여가구)이 10년 새 가장 많아지면서 불안이 커지는 상황이다. 중도금 집단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공사비 미지급이 시공사 도산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현실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유동성 공급 등 선제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또 다른 잠재 요인인 가계부채 상황도 예의주시해야 한다. 지난해 말 가계대출 차주(대출을 받은 사람)의 평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40.6%로, 4년 만에 40%를 넘어섰다. 돈을 제때 갚지 못하는 연체율도 전 금융권에서 지난해 6월 말 0.56%에서 올해 말에는 1.0%로 높아진다. 자산을 처분해도 부채 상환이 어려운 고위험가구의 부실이 문제다. 정부가 금융권의 충당금 확충 등 자본건전성 강화에 나서는 한편으로 취약 차주에 대한 선제적 관리로 작은 부실이 금융 전반의 위기로 확산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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