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7일 “법률안과 예산안을 수반하지 않는 정책도 모두 당정 간에 긴밀하게 협의하라”고 지시했다. 또 윤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국민여론’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하라”는 당부도 했다. 당정 간은 물론 대국민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이러한 지시는 최근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이 ‘주 최장 69시간’ 논란으로 번지면서 제동이 걸린 것이 발단으로 보인다. 그 파장은 결국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 하락으로 연결됐다. 당정 소통 부재가 정책 혼선으로 이어졌고, 그 결과가 여권의 위기를 불러온 것이다. 이제라도 윤 대통령이 다각적인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것은 잘한 일이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위기를 느낄 만하다. 한국갤럽 최근 조사를 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34%로, 더불어민주당(36%)에 역전당했다. 지난 8일 전당대회 직전 39%를 기록했지만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걷다 두 달 만에 민주당에 뒤지고 만 것이다. 리얼미터의 지지율 발표에서도 같은 추세가 확인됐다. 특히 20·30대의 국민의힘 지지율은 1주일 사이 10% 이상 폭락했다. 1년가량 앞으로 다가온 총선가도에 빨간불이 켜졌고, 당정 소통은 긴급 처방인 셈이다.
여당과 정부의 소통 의지는 적극적이다. 당정은 우선 박대출 국민의힘 신임 정책위의장과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비서관 사이에 핫라인을 가동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모든 정책을 협의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유명무실해진 정책위원회 산하 정책조정위원회(정조위)를 복원하는 등 정책 기능을 대폭 보강했다. 김기현 대표도 최고위원회를 통해 “모든 의원이 상임위 활동과 당정 협의에 더 적극적으로 임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부와 여당이 정책을 협의하고 공조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도 이를 대통령이 나서 특별 강조하는 것은 그만큼 양방향 소통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주 69 시간’ 논란을 비롯해 ‘5세 아동 취학’ ‘세 자녀 병역 혜택’ 등 소통 부재로 인한 정책 엇박자는 손으로 꼽기 어려울 정도다.
당정 소통의 핵심은 여당이어야 한다. 여당은 민생과 맞닿아 있는 만큼 국민 눈높이를 반영해야 할 책임이 있다. 김 대표가 ‘여당의 정책 주도권’을 언급한 것은 이런 맥락이다. 하지만 여당이 지금처럼 용산대통령실 눈치만 보며 ‘여의도출장소’ 노릇이나 한다면 당정 협의와 소통 강조는 의미가 없다. 이른바 친윤계의 당 핵심 조직 독식이 이 같은 우려를 더해준다. 김 대표가 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