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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여행비 600억 푸는 관광진흥, 경기부양엔 역부족

정부가 고금리·고물가로 소비 여력이 떨어진 서민을 위해 600억원을 풀어 여행비를 지원하고 각종 할인행사도 벌인다. 29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나온 ‘내수 활성화 대책’이다. 수출이 좀처럼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소비도 꺾이자 관광활성화를 통해 내수경기를 끌어올려 보자는 취지다.

이번 여행촉진책에는 중소기업 근로자 19만명에게 휴가비 10만원 지원, 온라인 숙박예약 시 3만원 할인, KTX·SRT 이용료 할인, 지방공항 도착 항공권 최대 2만원 할인 등이 포함됐다. 근로자휴가지원사업은 이전부터 꾸준히 진행돼온 인기 사업으로, 이번에 10만명을 더 지원하기로 했다. 일본·미국 등 22개국 외국인에게 내년 말까지 사전등록제를 한시적으로 면제해 허가 없이 한국을 방문할 수 있게 하고 K-팝 콘서트, 면세점 할인으로 외국인 관광객 유치도 벌인다. 봄·여름철 유통업계 세일 확대, 코리아세일페스타 기간 연장, 문화비와 전통시장 지출에 대한 소득공제율 한시적 상향도 대책에 담겼다.

이번에는 허리띠를 졸라매는 건전재정 기조에 따라 현금성 소비지원금은 없다. 있는 제도를 효율적으로 활용해보자는 측면이 강하다. 그러다 보니 지원 규모나 유인책에서 눈에 띌 만한 것이 없는 게 사실이다. 경상수지 적자의 큰 몫을 차지한 해외여행 수요를 국내로 돌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내여행지 물가도 뛰어 부담이 늘었다. 고금리·고물가로 허리가 휘고 빚에 쪼들리는 서민에게는 이마저도 한가한 소리로 들릴 수 있다. 여전히 물가가 높은 상황에서 대대적으로 소비쿠폰을 확대할 수 없는 정책적 한계도 있다. 관광활성화가 소비를 끌어올리는 데에 일정 부분 효과가 있긴 하지만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근본적으로는 수출주도형 우리 경제에서는 수출이 잘돼야 내수가 좋아지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그나마 코로나 방역 조치 완화와 한일 관계 개선 등으로 외국인 관광객들이 늘어나고 있는 점은 긍정적 신호로 읽힌다. 일본관광청에 따르면, 일본인 Z세대(19~25세)의 90%는 ‘올해 꼭 해외여행을 가겠다’고 한다. 이 중 여성 10명 중 4명은 ‘한국을 가고 싶다’고 꼽았다. 한류 영향으로 한국여행에 대한 관심이 상당하지만 관광객 수치는 여전히 겨울이다. 한국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은 일본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의 10의 1 수준이다. 젊은 세대의 입맛에 맞춘 관광상품 특화가 필요하다. 항공편 증편과 함께 관광객 불편을 최소화하고 한국의 매력을 알리는 데에 민관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려면 한참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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