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한반도 정세 전망이 암울하기만 하다.
한미연합연습 ‘자유의 방패(FS)’와 연합야외기동훈련 ‘전사의 방패(WS)’를 빌미로 지난달 핵·미사일 도발을 일삼았던 북한은 고강도 무력시위를 이어갈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지점은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의 석연찮은 낙마가 보여주듯 엄중한 시기에 대한민국의 외교안보 전략과 정책이 흔들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는 점이다.
북한은 이달 들어서도 핵·미사일 위협을 지속할 태세다. 조선중앙통신은 2일 논평을 통해 ‘평양점령’과 ‘참수작전’ 등을 운운하며 자신들이 이미 ‘핵 공격력’을 갖추고 있다면서 한국과 미국의 ‘군사적 도발’에 대응해 상응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한이 지난달 발사했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을 비롯한 순항미사일, 그리고 핵어뢰 등 도발을 이어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경제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민들의 시선을 외부로 돌리기 위한 무력시위 필요성도 더해진다. 특히 이달에는 김일성 주석의 111주년 생일인 15일 ‘태양절’,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노동당 제1비서 추대 11주년인 11일,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추대 11주년인 13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1주년인 25일 등 굵직한 정치 이벤트도 몰려 있다. 북한이 이달 말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과 한미정상회담을 전후해 ‘메가톤급 도발’을 감행함으로써 시선끌기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의 ICBM 정상각도 발사와 이달 마치겠다고 공언한 군사정찰위성 1호기 준비 등 구체적인 시나리오도 나온다. 특히 김 위원장이 ‘핵무기 병기화 사업’을 지도하면서 전격 공개한 전술핵탄두 모듈 ‘화산-31’ 검증을 위해 7차 핵실험을 단행할 수 있다는 관측도 꾸준히 제기된다. 한미연합연습이 막을 내린 데 이어 대규모 연합상륙훈련 ‘쌍룡훈련’이 3일 종료되지만 연합방위태세 확립을 위한 한미의 군사적 조치도 계속된다. 특히 한·미·일은 3~4일 제주 남방 공해상에서 미 핵추진 항공모함 니미츠함(CVN-68)이 참여하는 대잠전훈련과 수색구조훈련 등 3국 해상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다. 북한이 한·미·일 3각공조에 극도로 신경질적 반응을 보여 왔다는 점을 떠올리면 추가 도발은 당연한 수순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시점에서 외교안보사령탑의 석연찮은 교체는 일반 국민 눈높이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교체 사유가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걸그룹 때문이라는 ‘설’만 난무하니 낯 뜨겁기까지 하다. 심지어 대통령실과 한덕수 국무총리는 김 전 실장의 전격 사퇴 직전까지 “사실과 다르다”, “잘못된 얘기”라고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거의 모든 외교안보부서 장관들이 내년 총선과 후속 인사, 인적 쇄신 등 이런저런 이유로 교체설에 휩싸여 있다.
북한의 예견된 도발과 한미정상회담, 미중갈등 심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대한민국이 처한 외교안보 현실은 좌고우면할 형편이 아니다. 일단락된 만큼 조태용 신임 국가안보실장을 중심으로 외교안보전략과 정책을 재정비하고, 교체설과 더불어 잡음을 초래하는 인사가 있다면 하루빨리 털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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